일본에 강제징용된 후 해방의 감격과 가족상봉의 기쁨을 안고 귀국선을 타고 돌아오던 중 이끼섬에서 폭풍을 만나 수몰된 160위 영가를 위한 위령제가 지난 25일 오후 3시 대한불교조계종 제1교구 조계사 말사인 수곡사(주지 자엄스님. 경주시 외동읍 입실3리 소재) 극락전에서 봉행됐다. 이날 위령제는 이끼섬 천덕사 주지 니시다니 도구도 스님을 비롯한 일본 조동종 48명의 스님과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영천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 김일헌 경주시의회 의장, 유가족 대표, 신도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의 조사와 김일헌 의장의 추도사, 이상문 유족대표의 인사에 이어 수곡사 선다회의 헌다, 양국의 위령의식을 올렸다. 자엄스님이 대독한 조사에서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은 “고국의 가을, 쪽빛 하늘이 푸르고 푸르러 아름다운 가을날 우리들의 가슴은 어둡고 아프다”며 “부디 응어리진 한을 풀고 맡고 싶던 흙내음과 품고 싶던 조국의 하늘을 한껏 품으며 영가들의 한이 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전통문화진흥원 신라소리연희단의 살풀이 및 진혼 공연을 펼쳤다. 이 위령제는 1945년 10월 14일 조국의 해방과 더불어 환희의 기쁨을 안고 귀국선에 올랐던 미쯔비시 조선소 강제징용자 160명이 나가사끼겡 이끼섬 아시베항에서 꿈에도 그리던 조국과 가족을 눈앞에 두고 태풍을 만나 조난을 당해 불귀의 객이 된 영혼들을 위해 이끼섬 조동종 천덕사 주지 니시다니 도구도 스님과 신도들이 60여년간 지장찬 위령제를 모셔왔다.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고 1998년 불국사 주지 성타 큰스님과 수곡사 주지 자엄스님과 신도들이 일본 이끼섬 천덕사에서 행하는 위령제에 참석하고 조난자 160위 합동위패를 모셔왔다. 그 인연으로 수곡사와 천덕사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한번씩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가며 위령제를 봉행해오고 있다. 당시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해 감사패를 전달했으며 이듬해 10월 위령제에서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감사패를 전달했다. 지역에서는 알려지지 않고 무관심하게 행해져 오는 위령제를 일본 이끼섬에서는 원통한 이국인의 죽음들을 애석해하며 정성들여 위령제를 치르며 평화로운 세계의 실현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 결실을 맺길 기원하며 정성을 모아오고 있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끼섬에서 온 여교사 노리코 우에무라는 제자들과 함께 희생자를 기리며 그린 그림집을 기자에게 전달하며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들을 모아 제자들과 함께 이 행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린 것이다. 이끼섬에서는 아직도 한국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는데 한국사회의 무관심이 놀랍고 안타깝다 ”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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