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단지 봉인될 뿐이라고 했던가... 까까머리 남학생과 갈래머리 여학생, 긴 세월이 지나 이제 그만한 아이들의 아빠, 엄마가 돼 학창시절 아름다운 추억들을 풀어놓는 자리. 1983년도에 같은 기수로 졸업을 한 경주고 32회(회장 정종문. 정종문세무회계사)와 경주여고 32회(회장 문서정. 수필가)가 ‘봉인된 시간을 찾아서...’라는 테마로 지난 9일 오후 6시 현대호텔에서 연합동기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참석한 100여명의 동기생들이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앳된 소년 소녀에서 중년에 접어든 40대들로 오랜 세월의 흐름이 묻은 얼굴들이 저마다 옛 기억들을 더듬어 이름을 불러보며 금방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꺼내 함께 웃고 즐기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경주고 조희군 시인의 자작시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와 수필가 문서정이 김기택 시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를 낭송하고 축하공연으로 최병운(경주고 32회. 용강한의원 원장)의 대금연주도 함께 열려 이날 모임을 자축했다. 연합 동기회를 위해 쓴 문서정의 ‘그녀의 봉인된 시간’은 말하고 있다. “G고와 G여고 32회 졸업생들의 연합모임을 갖는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여자는 삼십 년의 시간동안 얼마간 풍화되었을 그 애를 생각해봤다. 아마 결혼을 했겠고 그 애보다 키가 큰 아이들이 있을 사십대 후반의 그를. 그 애 안에 열일곱 살의 여자 모습이 남아 있을까. 여자는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가 아니라 그 때의 그 애를, 아니 어쩌면 그 때의 여자를 만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열일곱 살, 그 깨끗한 영혼을 지닌 단발머리의 소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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