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들녘, 노을빛으로 물든 황금들판을 한참 바라보았다. 노란 알갱이가 줄줄이 달려 있는 벼라는 친구다. 벼는 습지식물이며 한여름의 풍매화에 속한다.
꽃가루가 흩날릴 때쯤이면 마을에서는 가로등불빛을 감춘다. 벼도 잠을 푹 자라는 것이다. 그래야 꽃을 잘 피워 바람에 꽃가루를 실어 나를 것이고 수정을 잘해야 우리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
논에서 자라는 벼와 함께하는 모든 생명체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이지만 여기만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봄날 논에 물이 들어차게 되면 실지렁이가 생겨나고 참개구리가 낳아 놓은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는 이들을 먹고 자란다.
그러면 근처 초지나 논두렁에서 살고 있던 거미가 들어오게 되며 이들은 함께 벼를 해하는 벌레들을 잡아 먹게 된다. 그 다음은 백로나 중대백로, 올 늦봄 찾아온 황로 그리고 뱀이 와서 개구리와 미꾸라지를 잡아먹는다. 추수가 끝나면 낱알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새들이 있어 논은 이들 유기물의 양분도 더해져 다음해 농사를 준비한다.
이러한 먹이관계로 인해 친환경농사를 지을 수 있다. 논 습지는 자연 그대로의 1차적 자연은 아니지만 인간이 개입한 2차적 자연으로 오히려 많은 다양한 생물의 공존을 이끌어 낸다. 경주는 관광지이지만 관광수입보다 농산물수입이 더 많다고 한다. 앞으로의 경주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과의 공존을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