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11시 사전답사를 위해서 칠불암으로 향한다.
오전 중 온도는 26℃지만 이날의 최고 온도는 30℃를 기록했다. 볕이 뜨거운 들길 가장자리에는 돼지풀이 돼지풀잎벌레와 애벌레에게 마구 먹히고 상처투성인 채로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다. 이들을 뒤로 한 채 숲으로 숲으로 들어선다. 모든 곤충은 아니지만 한 살이를 관찰하기에 적당한 것 같다.
먹이를 먹은 흔적, 번데기를 뚫고 빠져나가 똥으로 가득한 집하며 아직 몇 번의 탈피조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인적이나 새가 나무에서 날아오르는 진동을 느끼고는 가는 가닥의 실에 의지해 공중 부양하듯 매달린 애벌레 등 요즘 숲속은 곤충 한 살이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다.
태어나 죽음에 이르고 흙으로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생명이 돌고 돌아가는 진리를 이들도 모르는바 아니기에 그래서 더욱 살아남으려 기를 쓴다.
칠불암 오르는 어두운 숲길은 살아남은 자의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
왠만해선 동그란 가짜 눈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것은 무리다. 물론 이들이 뜯어먹는 먹이 식물이 방향성물질을 내어 천적을 불러들이거나 운이 나빠 새의 입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모를까 말이다.
이제 모든 이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싶다.
어둡고 침침하고 습하지만 숲으로 들어가서 들여다보라고
그 속에선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들이 꿈틀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