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고도육성포럼(준비위원장 강태호)이 주관한 ‘경주고도육성정책 시민 대토론회’가 도심권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4시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기로 한 이날 토론회는 최양식 시장과 김일헌 시의장, 정수성 국회의원, 문화재청 차장 등이 참석하기로 했고, 채미옥 박사(국토연구원)의 ‘경주고도 육성정책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발표에 이어 최정필 교수(세종대)가 좌장을 맡아 서호대 시의원, 박홍국 관장(위덕대), 최영기 원장(계림문화재연구원), 백진호 원장(대추밭 백한의원), 이상태 실장(경주중심상가연합회)이 토론자로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지역 지도층이 불참한 가운데 경주중앙상가협의회를 비롯한 경주도심권 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시민 대토론회 개최 배경=이번 토론회는 경주시가 주최하고 (사)경북정책연구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태호 교수가 주축인 경주고도육성포럼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예산은 경북정책연구원에 지원한 1억8000만원(국비 70%, 도비 9%, 시비 21%) 중에 일부다. 당초 지원금은 경주고도육성 아카데미 운영과 경주고도육성포럼운영, 잡지 및 회보 발간 등에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토론회 경비에도 사용됐다.
이번 토론회 무산은 도심권 시민들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경주시나 이번 토론회에 대한 의미와 배경에 대해 시민들과 충분한 교감을 갖지 않고 추진한 경주고도육성포럼의 안이한 태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모 단체장은 “민감한 내용을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 경주의 미래가 달린 문제를 갖고 토론회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시가 자신 있게 나서고 추진하는 측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같은 파행을 불러 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시민공청회는 어떻게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과 시의장 등 돌연 불참과 시의 태도 의문=당초 이날 토론회에는 시장과 시의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심권 시민들이 반발하며 토론회 무산분위기가 감지되자 최 시장은 오지 않았고 김일헌 시의장은 행사장까지 왔다가 돌아갔다.
이에 대해 참석한 한 시민은 “우리가 세금을 내어 월급을 받고, 우리 때문에 선거직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중차대한 자리에 나오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성토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의 반발로 토론회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사를 하시려했던 시장님이 참석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주시의 태도에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이번 토론회를 주최하면서도 행사 전반을 경주고도육성포럼에 맡긴 것. 시 관계자는 “시가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에 주최가 된 것”이라며 “토론회를 중단하거나 계속 진행하는 등 토론회 과정에서 벌어진 부문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또 “이번 토론회는 정확한 내용을 알아보는 과정인데 왜곡된 것은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경주고도육성포럼은=고도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연구와 정책대안을 수립하기 위해서 경주고도육성포럼은 강태호 교수를 중심으로 몇몇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주고도육성포럼은 이날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로 한 것.
▶도심권 시민들의 반발이유=이날 토론회를 무산시킨 도심권 시민들은 경주 도심위기대책 범시민연대, 경주 중앙상가협의회 등 20여개 단체 회원들.
이들은 “고도보존특별법 개정에 따른 지구지정에 앞서 ‘고도보존육성계획’을 수립하면서 당사자인 도심주민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시내전체를 세계문화유산 등재, 새로운 규제 기본계획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경주고도육성포럼’이라는 단체를 내세워 여론을 조작, 시민토론회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문화재청과 경주시, 시의회도 시민들의 절박한 삶에 대한 요구를 외면한 채 이것저것 용역에만 눈이 먼 교수들의 모임에 불과한 단체에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시민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경주고도육성포럼은 즉각해체 하라” 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용역전문 교수들이 결성, 운영하고 있는 경주고도육성포럼은 과도한 예산을 받아 매회 30여명을 모아 외유성 해외 견학을 실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권 시민들을 회유 내지는 포섭, 시민들 간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모임에 편성, 정치세력화하려는 일부 정치인은 각성하고 즉각 관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나온 도심권 한 시민은 “읍성공사만 들어가면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원들이 떡고물을 얻어먹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장이 참석하지도 않은 시민토론회가 웬 말이냐”고 비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앞으로 상황에 대해 기자가 강태호 교수에게 전화를 했으나 전화기를 꺼 놓아 연결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이번 시민토론회는 공청회도 아니고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한 자리였다”며 “시의회에 이번 일을 보고하고 적당한 시기에 시민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도록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주고도육성포럼에 이 사업을 맡아 토론회를 추진했지만 이번에 파행으로 끝나면서 앞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경주시 또한 도심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시민공청회 개최시기는 지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