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푸른 날, 길을 나서면 햇살에 잘게 부서지는 눈부신 은빛. 서천... 천년을 굽어 흐르는 저 강의 폐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숨결이 거슬러 강을 오르는 물결인 듯 서성이는 자리 억새꽃이 타는 가을 강에서 문득 시인 박재삼을 기억한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江을 처음 보것네. 「울음이 타는 가을강」전문 글=손익영 기자 / 사진=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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