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속에서도 관찰의 즐거움은 배롱나무를 보는 것이다. 오전 10시 보문, 키 작은 배롱나무가 줄줄이 서 있는 호숫가에 자리를 잡았다.
먹을 것도 충분히 준비해 오후까지 관찰해야겠다는 다부진 생각으로 카메라 렌즈를 멀지감치 맞춰놓고 오전 중 어떤 애들(곤충)이 올까 기다려진다. 하지만 오전에 벌써 33˚도로 올라가니 꿀이나 꽃가루를 즐겨 찾는 벌, 나비, 풍뎅이, 꽃무지 등은 보이지 않고 육식성인 잠자리, 말벌들만 왔다 갔다 한다(물론 말벌도 꿀과 나무즙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내 35˚,36˚로 올라간다. 식물도 수정이 잘 되지 않는 온도다. 그래서 숲속의 열매는 더 귀하디 귀한 몸이 되는 것인가. 숲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숲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있어 종족을 이어나가게 해 주는 산실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참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점박이꽃무지와 양봉꿀벌이 나타났다. 점박이꽃무지는 무지막지하다. 꽃가루를 모두 먹어치울 셈인데 양봉꿀벌은 그저 바쁘다.
몸에 붙은 꽃가루를 쓸어 타액과 버무려서 세 번째 넓적다리에 붙인다. 자세히 보면 꽃가루를 모을 때 긴 수술도 살짝 건드린다.
아마 이때 긴 수술 사이에 낀 암술에 꽃가루가 묻혀 지는게 아닐까?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배롱 나무 열매를 꼭 살펴보기를 권한다. 알이 꽉 찬 물고기의 배처럼 통통한 것이 저절로 터져서 날개달린 씨앗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