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의 시에 김희갑이 곡을 쓰고 대중가수 이동원과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성악가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테너 박인수(73세 사진) 당시 서울대 교수를 지난 14일 콩코드 여름음악제에서 만났다.
박인수교수는 1986년부터 당시 도큐여름음악제로 불리던 콩코드여름음악제에 처음 출연 후 현재까지 매년 여름을 경주와 인근지역 음악팬들을 위해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서오고 있다. 서울대 성악과와 줄리어드 음악학교 마리아 칼라스와 맨하튼 음악학교를 각각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를 역임, 2003년 정년퇴임, 현재 백석대학교 석좌교수와 음악대학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우렁차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향수 발표이후 국내 최고의 성악가로 인기를 누려왔다.
■인터뷰-성악가 박인수 교수■
“관객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모든 순간들이 가장 행복··· 생명력 있는 목소리 위해···”
▲콩코드 호텔 여름음악회에 다년간 공연해 오셨다. 어떤 인연이라도?=80년대 중반 콩코드 호텔에서 출연 제의를 받고 공연한 이래로 20여년간 매년 거의 빠지지 않고 공연을 해왔다. 경주를 비롯해서 부산 마산 등지의 클래식 팬들도 매년 음악회를 찾아오고 있으며 주최측과 저 모두 순수한 클래식 애호의 뜻을 가지고 음악회를 이어오고 있다.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건강과 근황은?=큰 이상은 없었고, 다 회복이 되었다. 노래하거나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에 별 문제는 없다. 오랜 세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하고 제자들을 가르쳐왔던 것이 큰 기쁨이고 보람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별 무리가 없는 한 지난 세월과 마찬가지로 계속할 것이다.
▲한때 대중가수와 ‘향수’를 불러 정통 음악에서 혹독한 비난과 질타를 받으며 국립오페라단에서도 퇴진하셨다. 이 일에 대한 지금 생각은?=고전음악가가 대중음악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었으나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고전음악을 고전음악답게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소리로 되어서 즐거운 것이다.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에 장르의 차이는 있어도 권위주의적 차별은 필요 없다.
▲클래식에서부터 대중음악, 우리 민요나 판소리도 접목해서 즐겨 부르신다. 정통 클래식의 대중성에 대한 견해는?=물론 클래식 음악은 말 그대로 고전의 음악이므로 대중적으로 환호받는 시대는 지났다. 일종의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그 음악적 가치는 영원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가가 각고의 노력으로 제대로 된 고전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러면 클래식 음악도 충분히 대중성을 가질 수 있다.
▲원포인트나 단체레슨 지도법이 잘 알려져 있다.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시는지?=나는 평소에 원포인트 레슨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단체레슨은 매번 한다. 남이 레슨 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큰 공부이기 때문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목소리, 진정한 한다. 그러나 먼저 예술가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똑똑하면서도 수더분한 사람, 지혜로우면서도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지도록 제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잊지 못할 기억, 앞으로의 계획은?=음악회가 잘 되어서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모든 순간들이 잊지 못할 기억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제자들을 가르치고 때론 그들과 함께 공부하고 노래하며 현역가수로 오래도록 활동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