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서출지의 연꽃을 보러 나섰다. 연꽃은 아직 활짝 피지 않았지만 내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텃새인 흰뺨검둥오리다. 작년 겨울 경주는 온몸으로 추위를 느꼈다. 서천은 꽁꽁 얼고 북천은 벼과 식물과 사초과 식물 등 여러 가지 풀줄기들이 뒤엉켜 말라 있는데, 그 가운데 얼지 않은 얕은 물줄기가 듬성듬성 보였다. 바로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먹이를 찾아먹고 있었다. 흰뺨검둥오리들, 보통 우리나라 북쪽에서 여름을 나는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진 것이 틀림없다. 안압지내 연못,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의 연밭, 경주 곳곳에서 이들을 볼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욱 위기를 느끼고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거나 분명 뭔가 달라지는 기후 변화를 인지는 하지만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해 버리는 편으로 나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일찍 생태와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온몸으로 생태와 환경에 대해서 느껴볼 수 있는 장에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닐까 여긴다. 비 내리는 오늘도 흰뺨검둥오리의 가족을 보며 느낀다. 우리보다 먼저 기후변화를 느끼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을.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