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YWCA(경주여자기독청년회)가 1954년 창립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주YWCA 소년·소녀 합창단의 독일한인회 초청공연을 앞두고 경주시에 대한 보조금신청과정에서 한 실무책임자의 파행적인 업무처리에서 본격화된 갈등은 해를 넘기면서 계속 악화된 끝에 지난 1월에는 열흘간격으로 2개의 회장단이 출범하는 등 심각한 내분양상을 띠고있다. 대한 YWCA연합회의 인준을 받아 지난 1월18일 출범한 이주혜회장 체재의 새집행부와 권혁복 직전회장을 지지하며 열흘뒤인 1월28일 출범한 손숙자 회장체제가 바로 그것. 특히 손숙자씨를 회장으로 내세운 측은 지난달 7일 대구지검경주지청에 이번 사태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모 사무총장에 대해 업무방해 및 공금횡령혐의로 고소장을 제기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이미 내부 봉합단계를 떠나 법정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 사회단체 사상 최악의 내분사태를 빚고있는 경주YWCA 사태의 주요 쟁점과 사태의 전말을 취재했다. /편집자. 경주 YWCA의 심각한 내분, 2개 집행부 출범 파행운영 =현재 경주 YWCA 회장을 비롯한 임원단과 이사회는 서로다른 2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다. 물론 집행부도 각각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들 각각의 임원진은 서로 경주YWCA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며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당연히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반목은 극에 달했다. 1월18일 대한YWCA연합회가 주관한 2002년도 경주YWCA 비상총회에서 참석이사들은 이주혜씨를 제17대 회장으로 선출하고 임원과 이사진을 확정했다. 이들은 최근 지역신문을 통해 1월28일 별도출범한 손숙자씨를 비롯한 임원진과 이사회를 철저히 부정하는 공고를 내고, 대한YWCA 연합회의 인준없이 YWCA 명칭과 이사 회원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연합회 헌장에 위배됨을 지적하며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월 18일 대한 YWCA연합회가 주관한 경주비상총회를 전면 부정하고, 별도의 경주 YWCA 이사회 정기총회를 개최한 이사들은 권혁복 직전회장을 감사로, 손숙자씨를 새회장으로 선출하는등 독자적인 임원 및 이사진을 구성했다. 이들은 이번 내분사태의 시발점이 된 최모 사무총장을 이미 지난달 27일 검찰에 고소한데 이어 YWCA연합회가 주최한 비상총회에 대해서는 불법이라며 총회무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분사태의 도화선이 된 사무총장의 보조금 신청 은폐의혹? =현재 경주YWCA 라는 명칭이 들어간 2개 집행부가 출범하는 파행사태를 야기한 직접적인 계기. 손숙자씨측은 YWCA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을 앞두고 지난해 6월 보조금 신청에서부터 9월까지 3개월동안 최모 사무총장이 이사회 및 회계이사에게 보조금과 관련된 일체의 사실을 은폐한 것은 사회단체의 실무책임자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씨의 해임을 주장해 왔다. 손씨측은 △지난해 6월 이사회나 회장의 상의와 허락없이 보조금신청서를 작성한뒤, 경주YWCA회장명의와 직인을 임의로 사용하여 보조금 신청서를 발송한점,발송대장에서 고의로 누락시킨점 △7월28일 시에서 보조금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통지공문 역시 개인이 소지한점△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한 통장제출에서 YWCA 회장계좌가 아닌 합창단단장명의의 계좌로 입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점 △보조금을인출하면서 기존잔고까지 전액 인출함으로써 통장까지 폐기하려한점 △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철저히 일련의 사실을 부인한점등을 들고 있다. 이주혜씨측은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는점은 공감한다. 다만 사무총장의 행정미숙에서 비롯된 문제이지 보조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거나 착복하기위한 시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 보조금 신청에 대해 당시 권 회장과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공직자 출신이었던 권혁복 회장과 사무총장을 비롯한 상근직원들사이에 내재된 불신과 갈등이 내재된 상황에서 사무총장이 서둘러 일을 진행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손숙자씨측은 사무총장의 문서위조, 재정장부누락, 재정문서폐기, 통장은폐시도등 일련의 파행적인 일처리를 이유로 사무총장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한 반면, 당시 수석부회장이었던 이주혜씨측에서는 행정착오로 야기된 문제인 만큼 사무총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장치를 마련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문제해결 방법을 둘러싼 이견이 결국 이사회 양분이라는 내분사태를 초래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권혁복회장의 사임과 효력여부 =사무총장의 파행적인 행정이 드러나 이사회가 심각한 반목과 내분양상을 보이자 권혁복 당시회장은 지난해 9월7일 사임서를 제출한다. 이부분에 대한 해석도 양측이 엇갈린다. 이주혜씨측은 다음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사무총장, 회장이 일괄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해석하여 당시 수석부회장이던 이주혜 당시부회장이 임시이사회를 소집, 향후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 반면 손숙자씨측은 당시 임원회의에서 권전 회장의 사임서을 반려하기로 하고, 20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하기로 했다는 상반된 주장이다. 9월20일 소집된 임시이사회때부터 부산,대구지역 YWCA 사무총장들이 경주가 속한 동부지역 임원자격으로 참관을 하게되는데, 이때부터 이주혜 당시부회장의 회장대행 적격성 여부,외부 참관단의 개입을 둘러싼 마찰로 결국 회의도중 이사회가 중단되는등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패이게 된다. 이때 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해 대한 YWCA연합회 지시에 따르자는 제안이 제기되고 찬반투표결과 참석이사 23명중 찬성12 반대 11로 표가 갈리면서 연합회 개입을 둘러싼 마찰이 심화 된다. ■ 대한YWCA연합회 개입의 정당성 여부 =2개 집행부가 출범한 현재의 얽히고 설킨 상황을 풀수 있는 핵심고리다. 사태봉합을 위한 임시이사회가 결국 파국을 맞게 되자 이주혜 당시수석부회장은 9월24일 연합회앞으로 △이사회 기능상실에 대한 책임추궁과 해당 이사들의 해임 △경주YWCA 재창립준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보낸다. 동시에 경주YWCA가 연합회에 전권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을 재적이사 26명가운데 10명의 이사에게서 서명 받아 제출했다. 이에대해 손숙자씨측은 자체감사를 통해 모든 위법,허위사실이 드러나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랜 YWCA 실무자 경력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연합회에 지원요청을 함으로서 자체해결 노력을 저버리고,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태를 끌여가려 한게 내분사태를 확신시킨 계기가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주혜씨는 자체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연합회에 경위서를 전달한 것은 원만한 사태수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어쨋던 이를 계기로 연합회는 경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개입을 시작하게 된다. ■연합회 대책위 회의당시 합의 진위여부 =연합회는 지난해 10월8일 임원진이 경주를 방문, 경주지역 이사들을 면담한 뒤 18일 서울에서 대책위원회 회의를 연다. 이때 경주에서는 권혁복 전회장, 손숙자 당시감사,이주혜 수석부회장, 최모 사무총장이 참석했는데 당시 합의내용에 대해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주혜씨측은 당시 대책위회에서 △회장,사무총장 사표 반려 △이사수 조정 및 이사선서당시 회원미등록 이사에 대한 이사자격박탈 △사무총장의 시말서 제출 △11월 이사회를 연합회 김숙희 회장 주재등 5개항의 합의를 도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월 이사회는 결국 21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이날 회의에서는 이사자격 박탈을 둘러싼 격론 끝에 회의가 무산됐다. 이때부터 양측은 각각 이사회와 임시총회를 소집하는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대한YWCA 연합회·경주YWCA 연석회의 합의안에 대한 논란 =권전회장이 1월8일 2002년 정기총회를 소집하자 연합회측은 7일 경주에서 연석회의를 연다. 연합회와 이주혜씨측은 이날 연석회의에서 △사무총장 해임결의 철회 △사무총장의 사과 △이사 부적격자에 대한 해임 △연합회 주관의 경주총회등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손씨측은 이같은 합의사항 일체를 전혀 인정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안을 도출한게 아니라 부당하고 편견된 지시에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양측은 결국 독자적인 정기총회 수순에 들어갔다. ■대한YWCA연합회 주관 경주비상총회 적법성여부 = 1월18일 연합회가 비상총회를 소집, 주관한것에 대해 연합회에서는 △경주YWCA 헌장에 성원근거 규정이 없으므로 연합회 준칙에 의거한 총회 소집은 정당하며, 따라서 이날 총회에서 선출한 이주혜 현 회장체제가 대한YWCA연합회가 인준하는 유일한 합법단체라는 주장이다. 반면 권전회장은 경주YWCA의 소집권자는 엄연히 경주YWCA 회장이며, 연합회에 대해 권한을 위임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합의안자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권전회장이 소집한 1월28일의 총회가 합법적인 것이며, 이날 선출한 손숙자 회장체제가 당연히 경주YWCA의 유일한 합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사태수습 가능성은? =현재로선 양측 합의에 의한 사태수습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약8개월동안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서 증폭된 양측의 갈등과 반목은 자체해결의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었고,결국 사법기관의 판단을 의뢰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손씨측이 제기한 사무총장에 대한 고소는 이번사태를 수습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보조금 신청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은 있을 수 있지만, 의혹이 곧 보조금 유용이나 착복과 유용과 같은 위법행위로 판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씨측에에서 준비하고 있는 총회무효소송도 장기간의 조사와 사법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인 만큼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는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사태수습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태를 관망하며 현재까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5∼600명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사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회원들의 향배에 따라 2개 집행부 가운데 1개 집행부는 그 존립근거를 상실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YWCA의 주인은 소수 이사회인가? 아니면 작은 액수지만 정성어린 회비를 꼬박꼬박 납부하는 회원들인가? 그리고 지역YWCA와 연합회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돼야 하는가? 이른바 단체를 대표하는 임원진과 상근 실무자의 관계는? 경주YWCA 내분사태는 각각 정당성을 주장하는 2개 집행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YWCA운영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비단 경주YWCA뿐만 아니라 경주지역에서 시민단체라고 지칭되는 거의 모든단체들에게 예외없이 적용되는 의문이기도 하다. 경주YWCA는? 경주 YWCA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2월 창설됐다. 재정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사업별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된다. 경주 YWCA는 소비자 상담실(88년 12월),소년·소녀합창단 창단(95년) 중고품 판매 교환소, 청소년 상담실(95년), 무료직업소개소(97년).그레이스 합창단(97년)등을 잇따라 개설하며 다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경주지역의 대표적인 여성사회단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렇게 외연이 확장되고 합창단 운영이 본격화 되면서 해외공연추진, 보조금사용등과 관련, 일부 부유층 여성들의 모임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주YWCA를 소개하는 홍보물에 회원수는 약 1,000여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회회원수는 5∼6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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