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분명 찌는 듯한 여름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짠물은 이마에서부터 목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강변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늘 눈에 들어오는 친구, 느티나무이다. 어느 샌가 가지 끝에서 연녹색 새싹을 자랑하며 잎과 줄기가 자라고 있었다. 무더운 날씨 속 연녹색의 잎은 짙은 녹음으로 자라고 있는 것이다. 나무는 그해 정해진 만큼 잎과 줄기, 가지가 자라는 종이 있는가 하면 미리 만들어진 눈(새순)이 자라 봄의 잎을 키우고 다시 새 줄기(마디)가 나와 여름 잎을 키우는 종이 있다. 전자에 속하는 대표 종은 소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참나무 등이고 후자에 속하는 대표 종은 은행나무, 자작나무, 포플러, 사과나무 등이다. 물론 관찰한 느티나무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란다.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우는 가지에서는 봄에 잎이 나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양분이 열매로 가기 때문이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잎이 붙은 채로 떨어진다. 이른 봄 숲속 어린 느티나무의 싹이 모여 자라고 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다람쥐와 청설모의 작품이다. 열매를 묻어 두고는 잊은 것이다. 또한 열매를 단 가지 위쪽과 달지 않은 가지에서 보통 여름 잎을 키운다. 이렇게 여름 잎을 키우는 나무는 분명 빨리 자라는 편이고 적극적인 종족 번식과 우수한 자손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외치지만 콘크리트바닥에 심겨져 있는 느티나무 미래에 대해 아쉬운 마음과 함께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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