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C를 넘긴 한낮의 더위와 월성의 한가운데길. 오후에 있을 수업은 아랑곳없이 유유자적 숲속으로 들어가다 또다시 땡볕으로 향하던 중 눈여겨 관찰하고 있던 녀석들을 만난다. 보통 4월부터 나타나는데 올해는 곤충들도 늦게 보인다. 녀석은 바로 등검정쌍살벌과 두눈박이쌍살벌 그리고 왕바다리(쌍살벌류) 등 쌍살벌류는 거의 다 보이는 듯하다. 두눈박이쌍살벌은 5월 중순에 월성의 가장자리 숲길에서 발견했는데 ‘나를 왜 찍어’하는 듯 섬광이 번뜩이는 눈빛을 내비치며 막 낳은 듯 한 알들이 다칠세라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2주 후 등검정쌍살벌을 만났다. 연신 무거운 뭔가를 들고는 뒤뚱거리는 모습이 익살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카메라를 줌으로 맞추고 살피니 고기경단을 빚고 있다. 곧 탈바꿈할 어린 새끼들의 먹이니 정성을 다한다. 무성한 숲과 들판이 펼쳐지는 월성에서 찌는 햇빛속의 먹이사냥은 녀석들에게 얼른얼른 새끼들을 키워내라는 경고를 주는 듯하다. 그래야 장마가 오기 전 많은 일벌들이 태어나 억수같은 비가 퍼부어도 몸으로 막아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에 덤으로 먹이가 되는 나비, 나방의 애벌레와 잎벌류의 애벌레의 수도 적절히 조절이 된다. 그렇게 나뭇잎과 풀잎들은 더없이 싱그럽게 자라고 이들은 이미 숲과 들판에 나란히 존재해 깃들며 공존과 상생의 길로 가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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