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사회가 한전·한수원 통합 추진설 때문에 또 다시 정부에 대한 원성으로 넘치고 있다.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맡긴 ‘전력산업구조 정책방향’용역에 한전과 한수원 통합 검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르면 6월말 경에 연구용역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통해 추진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추진에 경주시민들은 한전과 한수원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국책사업 추진에 원칙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는 이미 2005년 방폐장 유치결정 주민투표에서 찬반으로 민심이 갈라졌고 한수원 본사이전부지 위치를 두고 동서로 갈라져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주민들이 구속되고 급기야 안타까운 주검을 봐야하는 아픔을 겪었다. 여기에 지역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방폐장과 한수원 문제를 들고 나와 5년여 동안 시민들을 지치게 했다. 시민들이 지역발전을 기대하며 유치한 방폐장은 공사를 진행하다 연약지반 때문에 완공이 30개월 늦어져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고,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은 예산이 없어 중앙부처에 때 마다 애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시민들이 방폐장 유치효과에 대해 반신반의를 넘어 실망하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지역을 사분오열하게 만들었던 한수원과 한전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 자체만으로도 시민들의 원성을 듣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경주시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방향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폐물 인수저장시설을 2년간 임시 사용하도록 승인하고 말았다. 당연히 정부가 해달라는 것 다 해주고 정작 우리가 요구할 것은 일언반구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정부의 양 기관 통합 추진을 보면서 마치 경주시민들의 마음을 떠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당사자인 경주시민들이 처한 상황이나 의견수렴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의 기본은 원칙을 지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라 사료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정부를 믿고 국책사업에 협조를 하겠는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의 건전한 여론수렴을 통해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시민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한전과 한수원 통합설이 나온 것만으로도 경주사회는 이미 정부에 대해 큰 실망을 하고 있다. 정부는 양 기관의 통합 추진을 취소하고 방폐장 유치당시 약속했던 유치지역 지원사업 예산지원과 안전한 방폐장 건설 등을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만일 정부가 민심을 외면하고 밀어붙인다면 세계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원전사업과 19년 동안 표류하다 가까스로 추진된 방폐장 사업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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