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전·한수원 통합 논란 와중에 방폐물 저장시설 임시사용 승인 엇박자
한전에서 분리된 한수원 통합되면 축소 가능성 높아 지역발전 기대이하
시민들 통합설에 반발 확산 “방폐장 공사중단 운동 하겠다”
지식경제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을 골자로 한 ‘한국전력 구조개편안’을 두고 이달 말 전력산업 구조 정책방향 연구용역 토론회가 예정된 가운데 지역사회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2005년 11월 2일 방폐장이 주민투표에 의해 경주로 확정된 이후 한수원 본사이전부지 확정을 두고 1년여 동안 경주사회는 지역간 심한 내홍을 겪은바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정부의 이번 추진으로 또 다시 지역사회가 시위로 치닫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일 경주시가 방폐물 인수저장시설의 임시사용을 승인해 한전과 한수원 통합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의 구상은
이 지난 2월 22일 보도했던 정부의 한전과 한수원 통합추진의 골자는 최근 원전의 해외수출 및 경쟁력 강화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따라 지경부 전기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전력산업구조 정책방안 연구용역’을 KDI에 의뢰해 양 기관의 통합 문제를 검토하게 했다. 그리고 지난 5월말 KDI는 결과물을 지경부에 제출했다.
정부의 구상은 현재 수평계열로 되어있는 원전 관련 기관을 수직계열화 해 해외원전 수주에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력산업 구조는 발전소 종합설계 및 계통설계는 한전기술(주), 핵연료 제작 및 공급은 한전연료(주), 발전소 정비 및 보수는 KTS(한전기공), 발전 설계 및 운영은 한수원, 원전기자재 제작은 두산중공업이 각각 전담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 이전 근본부터 다르다
정부가 19년간 표류하던 국책사업인 방폐장 유치를 조건으로 제시한 한수원 본사이전과 한전의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수원 본사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서울에 있는 본사를 2014년까지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하게 돼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8월 경주시와 체결한 ‘한수원 본사이전 관련 업무협약’에 따라 다음 달까지 본사 법인 등기이전 및 임시이전을 하고 본사 임시이전 사무소에 준비요원을 포함한 선발대 인원 100여명을 우선 근무토록 할 계획이다.
또 경주 양북면 장항리 일대 15만7042㎡에 2014년까지 본사 사옥 건립을 위해 현재 부지 매입을 거의 마무리하고 늦어도 8월 말까지 설계를 발주할 계획이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전남 나주시 금천지역(광주·전남 혁신도시)에 들어서는 한전은 2005년 6월 24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에 따라 2009년 부지계약을 체결 2012년 본사이전 완료를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30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개발사업자인 광주광역시도시공사와 본사 이전부지 14만9372㎡(4만5185평)를 676억원 사들이기로 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통합 예정된 수순 의혹
오는 7월 한수원 본사 등기이전 및 임시이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양 기관의 통합을 염두에 둔 연구용역 추진은 경주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어 왔다. 물론 한수원도 지경부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당초 정부는 지난 11일 용역결과 발표 정책토론회를 열고 공론화 절차를 거쳐 추진방안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연기한 것도 지역 민심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정부가 이 문제를 조용하게 주도하고 발표를 미룬 것을 보면 6·2지방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경주시 대응 적절했나?
경주시는 2008년 한전과 한수원 재통합 논의가 정부에서 흘러나올 때 항의공문을 발송하는 등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가 용역을 준 2009년 11월 이후 경주시는 이에 대해 대응이 없었다.
경주시는 이 2월 22일자와 2월29일 정부의 한수원과 한전 통합 추진과 지역사회의 반발 등을 보도한 후 4월 29일 지경부 총괄정책과 서기관과 KDI 책임연구원에게 “주민투표로 결정하고 특별법에 명시된 한수원 본사 이전이 축소, 무산된다면 방폐장 및 원전건설에 시민저항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전달 한 바 있다.
그러나 경주시는 5월30일 KDI가 지경부에 납품한 용역결과에 대해 전혀 내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잇따른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다.
권영길 의원은 지난 26일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이미 용역이 완료됐지만 시는 아직까지 보고서를 입수하지 못하고 언론보도 만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며 “국장이 올라가 서기관을 만나서 이야기 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질타했다.
시 관계자는 “통합형태, 통합기관 본사 지방이전 방향 등을 파악하고 6월말 경에 있을 용역발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강력한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며 “통합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와 상반된 방폐물 인수저장시설 임시저장 승인
경주시는 지난 9일 방폐물 인수저장시설 6개동을 울진과 월성원전 등에서 발생하는 방폐물을 임시저장 할 수 있도록 승인
했다.
시는 방폐물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고 건축법상 허가를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전과 한수원 통합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반발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의회는 “한전과 한수원 통합설 때문에 시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는데 시가 정부의 요구대로 방폐물 인수저장시설 임시사용을 승인한 것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는 시민들의 정서를 제대로 알고 정부의 의도대로 끌려가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통합 가능성은?
한전과 한수원 통합 추진은 이미 용역 결과가 나왔고 이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달렸다.
현재 지역사회의 반발이 점차 높아지면서 오는 6월말 또는 7월초에 있을 용역결과 발표와 정책토론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원전 수출이 빛을 발하고 있고 이에 탄력을 받아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을 원하는 분위기다.
나주시는 이전되는 한전에 한수원까지 통합되길 기대하지만 경주에 들어서는 한수원이 무산이나 축소될 경우 시민들이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기대했던 지역발전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센 반발이 예상돼 정부로서도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지역사회 반발과 향후 흐름은
보도(2월22일자, 929호 1면) 이후 정수성 국회의원이 성명서를 통해 “2014년 7월까지 신축사옥으로 최종 이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경주시민 입장에서는 두 기관의 통합과 관련한 연구용역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정부의 연구용역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한수원 본사는 당초 계획대로 경주로 이전작업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효 경북도의회 수석부의장도 경북도의회 제239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한전·한수원 통합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 및 관련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이 부의장은 “경주방폐장 유치이후 중앙정부와 한수원이 약속한 사업들이 아직도 지지부진하며 최근에는 한수원 본사 이전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구조개편차원의 한전·한수원의 통합설이 제기되고 있다”며 “방폐장 유치로 경북도와 경주시의 획기적 발전과 경제활성화를 기대하며 희망에 차있던 경북도민·경주시민들이 이번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설로 또 한 번 배신감과 깊은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고 주장했다.
지역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경주국책사업추진협력 범시민연합(이하 국추협)도 최근 회의를 열고 양 기관의 통합에 대해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경주시의회도 지난 16일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어 경주시의 대응을 질타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시의회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17조)에 따라 한수원본사 이전은 본래의 취지대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방폐장 건설부지 안전성 논란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 한수원(주) 통합을 논의 한다는 것은 경주시민들은 용납할 수 없으며 정부는 한전, 한수원(주) 통합 움직임을 백지화하고 한수원(주) 본사 경주이전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주사회의 반발은 이달 말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용역결과 발표와 정책토론회에서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나올 경우 반원전, 방폐장 공사 중단 운동이 확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