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의 방폐장 공기 연장 발표직후 방폐장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 방폐장 안전성 논란을 해결하고자 사업추진 측 인사를 포함한‘방폐장 현안 해결을 위한 지역공동 협의회(이하 방폐장협의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에 있다. 일반적으로 문제해결방법이 문제발생원인에 있음을 볼 때 방폐장 안전성논란의 출발이 된 방폐장 공기연장의 원인을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초 실현 불가능한 공기와 설득력 없는 공기연장 사유
경주 방폐장은 당초 24개월의 공기를 목표로 진행되었으나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문제해결 방향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잔여 공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동굴길이를 줄이고 사일로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설계변경을 하는 방법과, 둘째는 준공시점 준수의 불가능성을 검토하고 정부와 책임자들에게 이 내용을 설득시켜 공기를 연장하는 방법이었다. 둘 중 어느 방법을 선택하던 간에 사업추진 측에서는 공기 준수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근거가 필요했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업체를 포함한 사업추진 측에서는 4등급 암반에서는 대형사일로의 건설경험이 없으며, 5등급 암반에서는 공학적 보강방안이 없다는 검토내용을 내부문건에 포함시켰다. 방폐장의 준공이 지연될 경우, 국책사업의 차질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있는 시공업체에서는 조속한 공기지연 발표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내부문건이 시민단체에 유출됐고, 논란이 일자 방폐물 공단은 마지못해 공기연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30개월 공기연장의 이유는 예측하지 못한 연약지반의 광범위한 발생이라는 발표와 함께 4-5 등급의 암반에서는 공학적 보강이 어렵다는 내부문건이 이즈음에 공개되었는데,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어찌 없겠는가?
안전성 논란의 책임, 사업추진 측에 있어
경주방폐장은 언젠가는 공기연장을 해야 하는 필연적인 과제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준공지연의 이유가 의욕적인 공기설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의 오류를 숨기고 방폐장 유치지역을 무시하는 행위다. 더구나 방폐장 안전성 논란이 한창인 때에 방폐장 유치 기념행사를 호화스럽게 개최하고, 2단계 공사를 조기에 착공하겠다고 공언하는 등등의 경솔한 행보를 하여 안전성을 우려하는 지역주민의 정서를 계속 무시해왔다. 또한 사업추진 측에서는 방폐장 협의회의 활동범위에 방폐장 안전성 확인 외에 2단계 처분방식 논의와 인수저장시설의 조기사용 문제 등을 추가함으로서 안전성 확인이라는 본질을 흐리게 하였다. 방폐장 협의회는 사업추진 측이 저질러 놓은 혼란과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구성되었으나, 주민들이 안전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도 사업추진 측에서는 방폐장 공사를 계속 진행하였다. 이런 태도는 협의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업추진 측 위원들이 진정성을 갖고 협의회에 임한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30개월이나 공기가 연장되는 상황에서, 한 달 아니 며칠이라도 공사를 중지하고 사과의 뜻을 전하는 등의 배려를 통해 상처 입은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력을 한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고 또 이를 통해 얼마든지 상생과 공존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사업추진 측은 패러다임 바꾸어야
방폐물 공단의 책임자들은 지역을 대하는 패러다임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즉, 책상 위의 컴퓨터로 계산된 디지털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안전성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에는 공학자들까지도‘원자력은 공학(기술)이 아니고 인문학(주민수용성)이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만 접근하는 것은, 방폐장 뿐 아니라 향후 사용후핵연료 문제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 방폐장 사업추진 측에서 자신들의 무리한 업무추진으로 인해 지역이 혼란과 불안에 휩싸이게 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국가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 원전주변지역은 사업추진 측의 오류에 대하여 엄중한 경고를 통해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천년역사가 살아있는 경주가 인수저장시설 조기사용을 포함한 방폐장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과 국가를 위한 위엄 있는 역할인 동시에 자존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