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수성 국회의원의 한나라당 최양식 후보 지지성명, 미래연합 김경술 후보의 사퇴와 백상승 후보 지지. 6·2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잠잠하던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수성 국회의원의 지지선언=이번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입장 표명을 유보해 왔던 정수성 국회의원(무소속)이 선거 막판 한나라당 최양식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선거 판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경주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주의 변화를 위해선 새로운 시각, 새로운 사고를 가진 지도자가 경주의 미래를 재조명해야 한다”며 “한나라당 최양식 후보가 적임자로 생각하며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정종복 전 의원(현 한나라당 경주시 당협위원장)이 공천한 사람이 누구든 전혀 개의치 않기로 했으며 한나라당 입당에 유리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특히 이번 6·2지방선거를 이용해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으며 오직 경주 발전을 위하고 경주시민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만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들이 지난해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자신을 도왔던 친박계 김태하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묻자 “선거 10일 정도를 남겨두고 캠프에 와 마땅히 줄 자리가 없어 선대본부장을 제의했다”며 “김 후보의 지지도가 두 자리가 아닌 한자리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최 후보가 최고라고 생각해 지지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 붙였다.
▶정 의원이 최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채 무소속으로 있던 정 의원이 선거에 임박해 한나라당 최양식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향후 경주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정 의원은 이번에 경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물로 최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경쟁할 때 함께 했던 김태하 후보(당시 선거대책본부장)와의 파국은 향후 정치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 의원이 한나라당 시장후보를 지지한 것은 이미 입당을 신청해 놓은 상황에서 계속 중립으로 있기에는 선거 이후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정치구도에서 행보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으로 보여 진다.
따라서 지역정가에서는 정 의원의 행보를 두고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나름대로 공헌을 하고 입당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태하 후보의 반발=정 의원의 행보에 대해 김태하 후보는 “정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며 과연 존경하고 믿었던 그 의원이 맞는지 심각한 회의가 들었다”며 “정 의원은 내가 선대본부장을 맡은 것에 대해 ‘마땅히 줄 자리가 없어 선대본부장을 제의했다’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망언을 함으로써 정치적 동지로서 숭고한 마음으로 그를 도왔던 나에게 정치를 떠나 심정적인 치명타를 안겼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선대본부장은 내가 달라고 해서 준 것이 아니고 정 장군이 스스로 원해서 준 것이며 수락을 듣기도 전에 기자들에게 공표한 것”이라며 “그때까지 선거전에 임하면서 제대로 된 공약조차 없었던 정 장군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공약을 미련 없이 보탰고 가지고 있던 조직을 아낌없이 합쳤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또 “정 의원은 지난 22일 오후 4시경 선거사무소에 찾아와 격려하면서 스스로 다른 캠프에 갈 수 없다고 밝혔음은 물론 측근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할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그런데 정작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한 것은 정 의원이 더 이상 진실하지 않다는 것을 대변하는 증거이며 조변석개라는 말이 정 의원에게 이렇게 어울리게 될 줄 몰랐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정 의원은
나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정치적 만행을 저질렀다”고 분노했다.
김 후보는 “정 의원이 말하는 경주를 위한 선택은 아무리 치장을 해도 정치적 소신을 팽개친 채 일등후보에 얹혀서 정치적인 안락함을 누리겠다는 계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김 후보가 강력히 반발하자 정 의원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당시 갑자기 도와주러 오신 분에게 더 좋은 자리를 배려하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22일 방문한 것은 선거사무실 관계자의 요청이 있었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데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있어 인지상정 상 격려와 위로를 하기 위한 순수한 방문이었다’ ‘지난 재선거에서 김 후보가 지지선언을 하고 선거사무실로 갑자기 방문했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러 왔다고 밝혔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1년 후에 있을 경주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행보였음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의 반응 =백상승 후보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공천에 대한 매서운 심판과 시민의 여망으로 선출된 무소속 정수성 의원이 이런 민감한 시기에 시민의 여론과 민심을 무시하고 한나라당 최양식 후보를 지지한 것은 시민의 참 뜻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시민이 뽑아 준 무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민의를 저버린 처사”라고 주장했다.
백 후보는 또 “작년 말에 경주에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자신이 근무한 대학에서 해직당한 교수들이 가족들과 함께 경제적인 어려움과 상처를 받고 있을 때 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부도덕한 돈을 호텔객실에서 그것도 현금으로 발고서 크린시티를 외치는 최 후보가 당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많은 시민들로부터 형성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술 후보, 사퇴 후 백상승 후보 지지=미래연합 김경술 후보는 27일 오후9시30분 선거사무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에서 미래연합이라는 공당의 공천을 받은 시장후보로서, 미래연합 대표 최고위원 정책특보로서 그동안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해 왔다”며 “그러나 친박으로 작년 재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수성 의원이 당연히 친박인 미래연합 후보를 지지해 줄 것으로 믿었지만 기자회견에서 뜻밖에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등 미래연합 후보자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고 성토했다.
김 후보는 “정 의원의 구차한 변명에 앞서, 지방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시점에서 지지해준 시민들의 뜻과는 달리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런 사태를 불러온 데 대해서는 정 의원 스스로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고민 끝에 2년 후에 치러질 총선에서 미래연합 후보로 출마해 원칙과 신뢰를 저버린 정 의원과 당당히 맞서 시민의 뜻을 묻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미래연합 소속으로 함께 출마한 도·시의원, 그리고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거듭 죄송하다”며 “지금까지 경주의 미래발전을 위한 토대를 닦아 온 백상승 후보에게 다시 한 번 명품경주를 건설하기 위한 마무리 기회를 주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해 백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또 “이번 결정은 타 무소속 후보의 거취와는 무관하며 백 후보 쪽에서 요청이 오면 합류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후보의 연대 움직임은=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하기 위한 무소속 후보들의 연대가 추진되고 있지만 성사여부는 확실치 않다.
황진홍 후보(무소속)는 지난 25일 오후 2시 시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상승 후보에게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황 후보는 “지난 한나라당 시장 공천에서 경주에 온지 얼마 되지 않고, 경주를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을 공천했다”며 “현재 시민들의 염원은 오만한 한나라당의 공천결과에 분노하며 무소속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한나라당과 당협위원장을 이번 기회에 준엄한 심판을 하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또 “백상승 후보와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며 “여론조사에서 단 0.1%라도 이긴 후보로 단일화하고, 여론조사에서 진 후보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승리한 후보를 밀어주어 시장선거에 승리하도록 하자” 고 요청했다. 또 공정한 여론조사를 위해 지역 원로들이 중재자로 참여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백상승 후보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부자도시, 명품도시 경주를 만들기 위해 3대 국책사업과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경주 실정을 잘 아는 후보들의 단일화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며 “황진홍 후보가 제안한 나와의 양자대결 단일화 보다는 ‘김경술, 김백기, 김태하, 백상승, 황진홍’ 모든 후보가 참여하는 단일화를 제안 한다”고 말했다.
▶백 후보와 황 후보 연합 가능성과 파괴력은?=황 후보의 백 후보와의 단일화 제안, 백 후보의 무소속 및 미래연합 후보 모두 단일화 제의. 김경술 후보의 사퇴와 백 후보 지지선언 등 경주 선거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후보들이 한나라당 최양식 후보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를 걷고 있지만 완전한 연합은 불투명하다.
27일 현재까지 김경술 후보만 후보를 사퇴하고 공식적으로 백 후보를 지지했다. 백 후보와 다른 후보 간에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만 투표일을 5일 여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연대 후 파괴력은 미지수다.
백 시장은 27일 기자회견장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해 모든 후보자와 선대본부장이 참여하는 연대회의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후보단일화를 성공시키고 공식기자회견을 갖자고 후보들에게 제안했지만 논의를 거쳐 연대해 공식 발표를 하더라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김태하 후보는 정수성 의원과의 반감과 향후 정치적인 행보 차원에서 포기하기가 쉽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 황 후보도 아직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무소속 후보 전체 단일화를 요구하는 백 후보의 바람은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