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공자가 싸운다면…… 최근 중국의 명문 대학인 청화대학의 시험문제가 “노자와 공자가 싸운다면, 당신은 누구를 도울 것인가?”이었다. 이 소식을 중국의 인터넷에서 접했을 때, 매학기 시험문제를 출제했던 나로서는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수험생이 아니기에 대답할 필요가 없지만, 만약에 나에게 대답을 강요한다면 “노자와 공자는 근본적으로 싸울 필요가 없으며, 노자와 공자가 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두 사람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정말로 싸운다면, 이는 누구를 편들고 편들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가령 우리가 편들려 해도 그럴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나도 실제로 그럴 능력과 자격이 없다. 이 시험 문제에 대해서 나는 첫째, 유교 문화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자는 노자에게 가르침을 청한 적이 있다. 중국 속담에“一日爲師,終生爲父(하루라도 자신의 선생님이었던 사람에게는 반드시 아버지처럼 대해야 한다)”란 말이 있다. 싸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사 공자가 싸우러 노자의 집을 찾아갔더라도, 노자는 절대 응하지 않았거나 말을 타고 피해 버렸을 것이다. 어떻게 노자와 공자가 싸움을 한다고 생각해 냈는지 모를 일이다. 또 중국에는 “君子動口不動手(군자는 말로 하지 손을 쓰지 않는다 )” 말이 있듯이 물리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중국의 문인들은 실제로 건달이나 무뢰한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들의 장점을 살려 문으로 싸웠지 무로 싸우지 않았다. 둘째, 표준답안이 없을 것이다. 물론 기발한 창의력을 기대하면서 낸 문제일 수 있으나. 표준답안이 없는 문제엔, 수험생은 대답할 방도가 없고, 채점자도 채점할 기준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표준답안도, 채점 기준도 없으니, 수험생을 희롱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무릇 모든 시험문제는 수험생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시험문제는 당연히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지만, 창조한 문제는 수험생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해 내야지 창조자의 재주가 돋보여서는 안 된다. 문제의 주제가 의외의 것이거나 기이한 것이어서도 안 되며, 더욱이 고의로 수험생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없어야 된다. 출제의 바탕은 대다수의 수험생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출제자는 이 문제에서 무엇을 평가할 수 있으며, 어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가를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 “노자와 공자가 싸운다면……”의 문제는 내가 보기에 편협하고 기이한 문제다. 이 문제가 뜻밖에 청화대학교에서 출제되었다는 것에 놀라고 의아하게 여겼다. 시험문제와 표준답안은 수험생의 요구 시에 공개해야 된다. 나는 이번 청화대학의 시험문제 답안이 공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나에게 견문을 더 넓히도록 하고, 다른 사람에게 본받을 점이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말이다. 이현옥(경주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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