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1932년 동천동에 들어서 운영 중인 시립화장장의 시설이 낡고 부족해 늘어나는 이용객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새 화장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2008년 1월 7일 시립화장시설 현대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최초로 인센티브를 내걸고 부지공모제를 실시해 주목을 받았던 이 사업은 2008년 8월 19일 부지선정위원회가 서라벌공원묘원 소유의 서면 도리 일대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하면서 가시화 됐다. 그러나 후보지가 발표되자 서면 주민들은 주민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결정했다며 격렬히 반발했다. 시청 앞과 서면 지역에는 단일 문제로는 가장 많은 1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졌다. 후보지 발표 과정에서 백상승 시장이 격앙한 주민들이 던진 물병에 맞아 부상을 당하는가 하면 주민들은 농사일을 뒤로하고 시위에 나섬으로써 적잖은 심적, 물적 피해를 입기도 했다. 갈등과 대립 끝에 후보지가 선정된 지 1년7개월여 만인 지난 19일 백 시장과 최병준 시의장, 서면 주민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종합장사공원 주민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26일 기공식을 갖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서면지역 주민지원조례 제정과 소득사업비 지원, 화장시설 수수료 지원, 종합복지회관 건립, 주민숙원사업 해결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주요 갈등 요인 중에 하나이자 가장 큰 난제였던 시립화장장 현대화 사업이 뒤늦게나마 첫 삽을 뜨게 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인해 야기된 지역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아무리 좋은 취지로 사업을 추진했더라도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고 여겨진다. 지난 1년7개월 동안 경주시는 주민들과 대화의 물꼬를 제대로 트지 못했고 경주시의회는 각 지역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었다. 만일 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민의들 대변하는 시의회가 문제점을 파악해 조율에 나갔다면 파장은 훨씬 작았을 것이다. 경주시는 앞으로도 시정을 펼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반발 등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이번 시립화장장 현대화 사업 추진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잘 살피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행정, 한 점 의혹이 없는 투명한 행정을 펼치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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