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이다. 오후를 한참 지나 불탄 자국을 살피러 다시 선도산에 오른다. 다행히 계곡 쪽은 불길이 미치지 않았다. 계곡 옆 숲속은 어둡고 칙칙하며 적막함마저 느껴진다. 마애삼존불을 뒤로하고 급경사를 오르며 골골이 무덤가를 살핀다. 숲은 마치 거대공룡의 검은 뼈대만 남은 듯하다. 하지만 무덤가는 사정이 달랐다. 어느 때 보다 여러해살이인 할미꽃과 양지꽃, 솜방망이 등이 피어있다. 그중 할미꽃이 일품이다. 할미꽃은 꽃잎이 없다. 꽃잎처럼 생긴 것이 꽃받침이다. 그리고 줄기를 길게 올리지 않았다 싶으면 위를 향해서 피기도 한다. 여러해살이들은 귀화식물들에게 무작정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들에겐 더욱 치열한 사계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귀화식물들이 호시탐탐 자리를 엿보고 있으니... 또 어떤 2차 천이의 변화도 생길 수 있다. 다시 숲은 일어설 것이다. 선도산 숲은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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