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산강 상류인 서천은 철새들의 도래지로 각종 새들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10월 말부터 찾아오는 겨울철새로 쇠오리, 고방오리, 알락오리, 홍머리오리와 텃새인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주류를 이루고 일부만 북쪽으로 날아가는 백로류(왜가리도 포함)와 고니(백조)도 가끔 보인다. 올해는 논병아리가 풍덩 풍덩 제 몸을 물속에 던져 먹이를 잡는 모습이 곧잘 눈에 띈다.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도요새류도 있다. 경주서천을 찾는 새들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서천의 환경이 인간의 관점에서 개선된 터라 부족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새들은 이렇게 서천을 찾아주는데 지난해 새들이 찾아오는 시기에 수변 쪽으로 요란한 공사를 했으며 새벽녘 새들에게 총을 쏘는 사람들까지 더해서 인지 올해는 아직도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거무스름하게 서천을 덥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미안하다. 이렇게 서천은 인간이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물고기와 곤충의 어린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고 있는 애벌레들 그리고 수초, 새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너무나 아쉽다.
*926호부터 이현정 (사)숲연구소경주지부장 의 역사도시 경주의 생태환경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