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황명강 어젯밤 꿈은 하얀 빛이었다 텅 빈 내 고향 건천역을 열 번도 넘게 다녀왔다 떫은 감맛의 사투리 속에 역마다 하늘은 다른 빛깔로 익어가더라 이맘때쯤 띄워 보낸 편지들 완행열차 허리춤에 웅크리고 있는지 늘 같은 몸짓 떠날 길 재촉하는 레일이 가슴 가로질러 달리는데 길 잃은 바람의 노래에나 귀 기울이는 작은 창은 출구를 찾지 못해 흔들린다 저물녘 발목 잡힌 술래처럼 까치밥 꼭지 위에 시드는 우리의 가을, 편한 길 만들며 스스로 무너지는 언덕처럼 마음속 붉은잎 날려 보내는 시월에 신선사에 젖다 황 명 강 비탈길 오르느라 기울어진 마음의 난간 빗방울 굴러 내린다 주인 없는 절간 마당 바람 불자 수북수북 법문 채운 수국이 스님 대신 잘 익은 말씀 하나 내 발등에 툭, 떨어뜨려 준다 볕 나면 나는 대로 빗방울 들이치면 들이치는 대로 벌떼처럼 드나드는 저 무상의 법문들! 무릎 꿇은 돌탑이 득음의 목청 매단 채 후줄그레 합장하고 선 욕심을 빙그시 내려다 본다 껍질 벗지 못한 내 안으로 휘감겨드는 빗줄기, 생나무처럼 웅크린 한쪽이 점점 깊어지는데 수국수국 몸 열어 지상의 얼룩 지우는 소리 산비탈 움켜쥐고 올라온 청개구리도 제 어미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