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지역 시의원 불참으로 무산
중심상가연합회, 시장실 항의 방문
중앙로 아치설치공사를 두고 중심상가연합회와 지역구 시의원간의 대립이 시의원과 담당 국장과의 마찰로 이어졌다.
지난 8일 중심상가연합회 대표들이 이시우 자치행정국장을 찾아가 항의하던 과정에서 이 국장이 김성수 의원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날 이 국장은 중심상가연합회 대표들이 아치설치 공사 재개를 요구하자 “××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했다가 곧 바로 취소한다고 했었다.
중앙로 아치설치 문제가 담당 국장의 인사 조치요구로 확산된 가운데 시는 17일 중부동주민자치센터에서 관계자들을 참석시켜 간담회를 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고 했으나 김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단체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아 무산됐다.
#폄하 발언에 발끈한 시의회
지난 8일 이시우 자치행정국장이 발언한 내용이 김성수 의원에게 알려지자 김 의원은 지난 16일 제15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 국장이 발언한 내용에 대해 진위여부를 추궁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시의회는 이어 전체 의원 간담회를 열고 이 국장에게 김 의원을 폄하한 발언을 했는데도 변명만 하고 조금도 반성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수 의원은 “주민들의 진술도 있고 엄연한 사실인데 전혀 없었던 것 같이 답변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번에는 ××하지 못하도록 상가 회원들이 나서달라고 말했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이 국장은 “내가 마치 유도한 양 이야기 하는데 15명이 불시에 찾아와 손가락질을 하고 고성을 질러 정신 차려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의원님들에게)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정용식 의원은 “시의원이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일하는데 왜 곤혹을 치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무원들은 시의원과 주민들과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학철 의원은 “행정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도로점용 허가도 받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주민들에게 시의원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안타깝다. 그래서 시의회가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의회는 김성수 의원의 강력한 요구로 백상승 시장에게 이 국장을 인사조치 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시와 시의회의 불신의 벽 높다.
경주시와 시의회와의 갈등은 5대 시의회에 와서 더욱 불거졌다. 각종 사업을 둘러싼 시의회의 제동에 집행부가 사사건건 반대한다는 불만이 쌓이면서 더욱 심했다.
시의원들은 집행부가 사업을 추진하거나 협의를 해야 하는 것도 사전에 전혀 말이 없다가 나중에 보고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지역구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 집행부가 해당지역 시의원과 논의하지 않고 추진하기 때문에 주민들로부터 시의원들이 무능해서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대립은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심사 때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행정사무감사 때에도 모 국장은 시의원들의 심문에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중앙로 아치설치 공사를 두고 대립했던 김성수 의원의 경우 중앙상가와 관련해 집행부에 추궁하는 대표적인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과 도심 주변의 주택매입 때문에 중심상가가 피폐해지고 있다며 집행부의 사업 추진을 줄곧 반대해 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회는 주민들을 대신에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집행부가 견제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지적에 대해 일단 받아들이고 재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의회도 무조건 견제보다는 정확한 내용을 갖고 잘잘못을 따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산된 간담회
경주시는 지난 17일 오후 4시 중부동주민센터에서 중앙로 아치설치 공사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는 이들을 모두 모아 간담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결국 무산 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역구 시의원과 경주중심상가연합회(10명), 경주상가발전협의회(5명), 중앙상가협의회(2명), 경주경제살리기범시민연합(3명), 아치설치 공사 업체인 (주)씨에스아이디산업 대표, 경주시(2명)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아치 설치를 반대하는 시의원과 일부 단체(경주상가벌전협의회 외 2곳)가 불참해 간담회가 열리지 못했다.
간담회가 무산되자 경주중심상가연합회 대표들은 지역의원이 의도적으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백 시장을 항의 방문했다.
#시장실 항의방문
시장실은 항의 방문한 중심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추석 전에 중앙로 아치를 설치해 고향을 찾는 출향인과 주민들에게 중심상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그러나 지역구 시의원과 있지도 않는 상가회의 불참으로 간담회가 미루어지고 이로 인해 공사가 속행되지 않고 있다. 시는 지금이라도 결정해 추석 전까지 중앙로 아치를 세워야 한다. 시의 공무원들이 중심을 잡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고성이 오갔지만 백 시장의 늦게 들어오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담당과장으로부터 경과보고와 중심상가의 의견을 청취한 백 시장은 “중심상가는 장사도 되지 않는데 왜 그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같은 지역 상인들이 분파해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수일 내로 간담회를 열어 의논해 계획대로 아치를 설치하겠다. 그래서 통행에 문제가 있고 정말 불편하면 철거하면 된다. 시장이 그 정도 힘도 없을 것 같으냐”고 말했다.
백 시장은 또 “이 국장이 (여러분과의)면담 때문에 시의회에 불려가 얼마나 당했는지 모를 것이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에게 또 이렇게 몰려와 시끄럽게 하면 공무원들의 사기에 문제가 있다”며 “이제 돌아가 즐겁게 살자. 왜들 그렇게 찡그리고 화를 내고 사느냐”고 중심상가연합회 대표들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