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민원이 있다며 중앙로 입구 아치(젊음의 거리 아치) 설치공사를 중단한 가운데 김성수 시의원이 공사를 반대하는 민원서류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심상가연합회와 지역구 시의원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중심상가 아치설치 공사 중단 파문 확산=경주시는 경주중심상가연합회(회장 박월순)와 협의해 중앙로 입구(농협 앞)에 ‘젊음의 거리’ 아치 설치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는 김성수 시의원을 비롯한 일부 단체들이 지난 8월 24일 다른 곳으로 이전 설치해야 한다며 반대 민원을 내자 공사를 중단했다.
김 의원을 비롯해 아치설치 반대에 서명한 상가 주민들의 아치를 설치하면 인도의 폭이 좁아 통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중심상가연합회는 해당 시의원이 주민들이 협의해 추진한 사업을 반대하고 공사 중단까지 시켰다며 반발했다.
▶반대 서명에 지역구 시의원이 주도(?)=중심상가연합회는 현 위치에 아치 설치를 반대하기 위해 민원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명인명부를 작성하는 일에 김성수 시의원이 직접 상인들을 방문해 서명을 받았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반대에 서명한 모 주민은 “김 의원이 찾아와 아치가 생기면 인도가 좁아져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된다는 말에 서명했지만 아치 하단부가 매설되어 문제가 없다면 아치가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고 말해 김 의원이 민원제기 서명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반대 서명을 한 모 주민에게 확인한 결과 김 의원이 직접 현장사진을 들고 찾아와 서명을 받아 갔다고 주장했다.
▶중심상가 연합회의 주장=경주중심상가연합회 대표 10여명은 지난 8일 오전 10시 시의회와 담당부서를 항의 방문해 현 위치에 그대로 설치하는 안을 찬성하는 상인들의 서명인명부를 제출하고 김 의원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연합회 대표들은 이날 시의회 민원상담실 당번으로 편성된 김 의원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으나 결국 만나지 못하고 이시우 자치행정국장을 만나 원안대로 공사를 시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연합회 관계자는“중앙로 상가주인들이 전원 찬성해 시행하고 있는 아치설치를 지역구 시의원이 뒤에서 조정해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김 의원을 만나 협의를 하려고 해도 갖은 핑계를 대고 피하며 만나주지를 않았다. 지역구를 대표하는 시의원이 이럴 수 가 있는가. 자신이 나서지 않는 일은 하지 못하게 뒤에서 방해하고 있다. 시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연합회는 또 일부 언론에서 아치하단부분이 인도를 점거한다는 보도에 대해 공사를 완공하면 지하로 매설돼 폭 80cm의 기둥만 남기 때문에 기존의 화단크기 밖에 되지 않아 통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중심상가 일부 상가단체 어용 의혹 제기=중심상가 연합회는 “‘젊음의 거리’ 아치 설치공사 중단 청원서를 만들면서 민원신청단체의 대표자중 일부는 현재 경주에 살고 있지 않으며 민원이 발생했는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며 “중앙상가 협의회, 부녀회, 경주경제살리기 범시민연합 등은 김 의원의 어용단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난립된 상인회의 정확한 인원이 파악되지 않고 사무실과 구체적인 활동이 없는 가운데 중심상가를 대표하는 상인회로 오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시의 입장=이시우 자치행정국장은 “서명인명부까지 첨부된 민원이 들어와 일단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민원을 이유로 시민의 대변자인 시의원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데 듣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국장은 또 “내년부터 중심상가 발전을 위해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지난 추경 때에 모 의원이 설계용역비를 삭감해 따졌더니 기획행정위원장이 지시했다고 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예산이 통과 되었으면 지금쯤 계획된 일이 다 진행되었을 것”이라며 “중심상가를 지원해줄 마음은 꿀떡 같다. 김 의원과 잘 협의해 주길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사업을 진행하겠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의회에서 한바탕 소란=지난 10일 시의회 앞에는 중심상가 연합회 대표 20여명이 김 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김성수) 회의를 기다리고 있다가 오후 12시 10분경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김 의원에게 만나주지 않고 피하고 만 있다며 몸싸움을 벌이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김 의원에게 “시가 상인들과 협의해 용역대로 하고 있는데 시의원이 도심상권을 위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반대하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들은 또 “상인들은 김 의원이 상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의원이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서명을 받으러 다닌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그동안 고도보존 및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대한 의견제시를 위해 시의회에서 논의를 하고 정리하다보니 만날 시간이 없었다”며 “농협 앞은 중앙로 입구로서 아치를 설치하면 좁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도 뒤떨어진다. 상인들 중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집행부와 여러분과 같이 했다고 하지만 사업에 대해 시의회에 보고조차도 하지 않았다”며 “나도 이번에 알고 사업에 대해 물어보았다”고 덧붙였다.
이성주 기자/권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