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주공 아파트 106동 111호에는 1급장애자 윤종화(52)씨와 아내 2급장애자 황명숙(41)씨가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정상인도 힘든 농사를 시작해 삶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윤씨와 그의 아내는 전동 스쿠터와 전동 휠체어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 윤씨는 30년전에 배를 타는 선원으로 일을 하다 교통사고로 하반신불수가 되었고 아내는 소아마비로 한쪽팔고 다리가 불편하다. 국가에서 수급하는 돈은 윤씨와 아내가 받는 돈을 합산해 80여만원으로 공과금과 관리비, 약값과 밀린 돈을 공제하고 나면 1-2십만원으로 한 달을 생활 한다.
이런 환경속에서 집에서 TV에만 의존하다보니 욕창이 생겨 고생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든 중 주위사람들의 권고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보라는 충고에 고민을 해보았지만 문맹인 윤씨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농사라고 생각해 정상인들도 하기 힘들다는 농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지주로부터 5년 전에 토지사용승낙을 받아 체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윤씨의 채소밭은 용강동 뒷산자락에 500여평의 밭에 고추, 고구마, 땅콩, 참께등을 심어 가꾸고 있다. 윤씨는 하반신을 못 쓰기 때문에 두 손으로 몸을 바쳐 걸으며 풀을 베고 김을 멘다. 때론 넘어져 두 손으로 일어서는 윤씨의 얼굴에 굵은 힘줄이 돋아난다. 힘들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하나로 온 힘을 쏱는 윤씨의 모습은 전쟁을 치루는 듯하다.
요즘은 배추를 심기위해 밭 귀퉁이의 황무지를 개간하고 있다. 황무지엔 탱자나무가 많아 가시덩쿨이 우거져 다가가기 힘들다. 땅도 거칠다. 하지만 윤씨는 낫 한자루를 들고 전장의 무사인냥 있는 힘을 다해 휘두른다. 풀도 베다가 지치면 손으로 풀을 쥐어 떳는다.
윤종환씨는“ 나는 배운 것이 없어 글도 쓸 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른다. 몸도 불편해 걷지를 못한다. 하지만 방에서 TV만보는 생활은 아무의미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오직 농사뿐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다. 나에게는 삶의 전부요 희망이다. 하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장비를 살돈도 없지만 산다고 해도 쓸 수 없다. 작은 밭에서 얼마나 수익이 나겠는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은 아니다. 주위의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어울리기 위해서이다.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농사짓는데도 돈이 많이 들어가 다 외상으로 가져온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지만 생활비가 부족하다. 나와 같이 나누고 희망을 줄 수 있는 분들의 관심을 부탁하고 싶다”고 주위의 도움을 호소했다.
오늘도 채소밭을 찾는 윤씨의 모습은 30년전에 잃어버린 외소한 다리를 전동 스쿠트에 올리고 산길을 오르고 있다. 밧데리가 낡아 자주선다는 스쿠트. 농사용 자제 외상금, 수술비가 없어 휴대용 소변기구를 들고 다니는 처지에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습기가 차오르고 억지로 웃는 미소는 저 황무지의 가시넝쿨마냥 가슴을 찌른다.
지역에는 많은 봉사단체와 독지가들이 있다. 그들의 도움도 받고 있지만 경제적인 지원은 없다. 관심 있는 분들의 후원이 절실한 윤종환씨에게 전화(010-4159-8284)와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