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보훈지청 맞은편 동대로를 걷다보면 지하공간에서 울려나오는 귀에 익은 소리에 잠시 발길이 머문다. 초가을 가로수 아래 뒹구는 낙엽을 뒤로하고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면 소리의 진원지가 나온다. 30여평 남짓한 공간, 열병식 하듯 줄지어 있는 황금색 악기들과 가을을 노래하는 애잔한 가요가 연주되고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색소폰 동호회 ‘에밀레’이다. 천년이라는 세월을 건너 뛰어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에밀레 종소리처럼, 악기 중 가장 인간의 소리에 가깝다는 색소폰으로 세상을 보듬고자하는 동호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2년째 에밀레 회장직을 맡아오고 있는 한영기 회장(59세)은 “색소폰 소리가 좋아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세상을 보는 마음들도 따뜻하고 푸근한 것 같다”며 회원들을 자랑했다. 이들이 함께한 시간을 더듬어보면 4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에밀레의 단장을 맡고 있는 박재충씨가 `생활속의 색소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색소폰 교습실을 연 것을 시작으로 이후 박 단장에게 색소폰 연주를 배운 20여명의 제자들이 개인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8월 ’에밀레‘라는 이름으로 공식 창단해 더욱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해오고 있다. 회원들의 연주 실력이 단기간에 크게 향상된 것은 박재충 단장의 열정과 남다른 지도덕분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 단장은 군악대를 거쳐 방송국 관현악단에서 연주활동을 해온 대표 색소폰 주자로 경주지역에 색소폰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에밀레의 창단에 구심점 역할을 한 한태섭 총무(47세)는 “공무원, 교사, 회사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지만 색소폰 연주의 기초가 확실하며 바쁜 생활 중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하고 있고 다른 어느 동호회 못지않은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젊은 시절 실현되지 못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통해 발산하며 소질계발과 자아실현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회원들은 지역의 각종 문화행사 지원과 연주 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자체 연주활동과 함께 ‘어르신 효잔치’, ‘다문화 가정 일일행사’ 등 지역의 그늘진 곳을 찾아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동호회로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에밀레는 색소폰을 좋아하는 동호회인들의 단순한 친목모임을 너머 음악을 통해 인간적 교감을 나누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에서 소통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동호회 활동으로 인생의 새로운 참 맛을 느낀다는 한 회장은 “각박한 세상이지만 회원들의 연주에는 사람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음악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앞으로도 지역의 각종 행사 지원은 물론 문화 소외지역과 계층을 위한 연주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지난 천년을 뛰어넘은 에밀레의 소리처럼 인간의 소리를 닮은 색소폰 소리로 영혼을 달래는 에밀레 동호회. 감미로운 음색으로 우리 지역을 아우르는 최고의 음악 동호회로 거듭 나길 기대해 본다. 문의 (011-542-3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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