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가 지난달 27일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경주시가 요구한 `경주시립교향악단` 설치에 대해 당분간 거론도 하지 말라며 보류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시의원들의 반대 이유는 열악한 경주시 재정형편으로는 1년에 8억여원 이상이 드는 시립교향악단의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날 경주시가 조례(안)을 내면서 시의원들에게 언제 할 것이며 단원은 몇 명을 구성한다는 내용 보다 교향악단을 운영하고 있는 인근 도시의 예산편성과 운영방안, 운영을 하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충분한 연구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 시의원들이 반대를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의회가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앞으로 거론하지 말라는 주장은 사안에 비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경주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서 위상과 이에 걸 맞는 예술이 살아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기대가 적잖았으며 시의회에서도 회기 중에 역사문화도시에 걸 맞는 행정을 하라고 수 차례나 지적해 왔지 않았던가? 또 매년 지역에서 음악적 소질을 지닌 많은 학생들이 척박한 여건으로 인해 음악공부를 한 후 지역에서 활동하기 보다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부모들의 부담이요 음악인들의 큰 걱정거리였다. 현재의 재정 형편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의 인재 유출과 시민들이 문화적 욕구충족을 위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소비 비용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살림살이는 안(경주시)과 밖(시의회)에서 꾸려가기 나름이다. 한해 예산이 4천억원 정도 되는 경주시의 예산을 편성하고 인준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주를 책임지고 있는 선거직들이 과연 주민들의 표를 의식한 지나친 선심성 공사와 갈라먹기 식 공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는 사람이 몇인지 묻고 싶다. 매년 시의 예산을 두고 자신들의 지역에 공사 한 건 하는 것은 중요하고 시민전체와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일부 시의원들의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경주시에는 연간 7백여 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세계각국의 중요 인사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곳이다. 그들이 경주에 오는 것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경주의 모습을 보러 올 것이고 경주시민들이 얼마나 문화적 소양을 갖추었는가를 보고 느끼고 갈 것이다. 시의회는 대의기구답게 알뜰한 살림살이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음악인을 양성하는 차원에서 국제 교류가 많은 경주에 교향악단이 꼭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하길 바란다. 통합역사를 하기가 어렵다는데…… 경부고속철도 경주 노선의 착공이 앞당겨지고 이에 따라 2008년이면 경주의 대구~경주~부산 구간이 완공된 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에 맞는 경주의 발전 계획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얼마 전 고속철도 경주구간 조기착공과 관련 들떠 있던 경주시가 서둘러 경주의 발전방향에 대한 교통 및 역세권 개발정책 등 여러 분야에 역점사업 계획안을 내 놓았지만 최근 채영석 한국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경주 역과 고속철도 역사와 통합 청사를 운영하기까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이야기를 볼 진데 그 동안 경주시가 과연 이를 생각하고 경주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 동안 많은 경주시민들은 고속철역사가 들어선 후 현재 경주 역의 이전을 당연시 여기며 현재 경주 역 자리에 역사문화도시의 중심 축을 이루는 개발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경주역사 이전에 따라 일본이 신라의 맥을 잘라버린 동해남부선의 이설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정부의 약속대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경주는 오는 2008년이면 서울도 반나절 생활권에 들어오는 고속철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런 고속철 시대를 앞두고 현재 경주 역과 고속철 역사와의 통합 문제가 순조롭게 되지 않는다면 경주는 바람직한 개발은 차일피일할 우려가 있다. 경주시에서는 관계기관인 철도청과 고속철도공단 관계자들과 계속 접촉해 통합역사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경주시의 입장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길 바라며 지금이라도 미래 경주의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올바로 그리고 추진하기 위해 손발이 맞는 행정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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