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지는 날이다. 오늘까지 조문객이 4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는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대통령을 잃었다. 국민이 선거로 뽑은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유의 사태에 많은 국민들은 당혹감과 슬픔에 빠져있다.
전직이라고는 하지만 가장 서민적이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섰던 대통령을 순수한 개인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다. 작은 비석하나만을 세운 후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누구도 미워하지 마라’는 그 분의 말처럼 갈등을 넘어 서로가 헐뜯지 않고 손과 손을 맞잡고 모두가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경주도 그동안 각종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번 잘 살아보자고 남들 다 싫다는 방폐장까지 유치했다. 그러나 오히려 갈등만 더 증폭된 형국이다. 3000억, 한수원 본사, 유치지역 지원사업,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 등 할 일이 태산이고 갈 길도 바쁜데 갈등의 골에 빠져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없을 때는 화목하던 집안이 돈이라도 몇 푼 생기고 나면 형제간에 우애에 금이 가고 싸우는 꼴이나 다름없다.
이제 지역의 국회의원도 새로 뽑았으니 의기투합해서 한번 잘해 볼 때다. 이러한 시점에 경주지역 갈등해소와 시민화합을 위한 경주시민대토론회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몇 시간 토론으로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고 시민화합이 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우리의 문제가 무언지 드러내 놓고 논의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는 될 것이다. 각자의 생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내 생각만으로 타인의 생각을 배제한다면 화합은 존재할 자리가 없다.
나의 한 발이 타인의 한 발과 함께 보폭을 같이 할 때만이 이인 삼각경주가 가능하듯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천천히 발을 떼어 맞추어 나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참된 민주주의가 실천되고 화합의 내일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