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화 속 주인공들의 얼굴 모습으로 만들어 갈까? 아니면
태조 왕건 속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만들어 갈까?
`바닷가 모랫가에 손가락으로, 당신을 그립니다. 얼굴을 그립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 밑에 점하나, 입가의 미소까지 그릴 수 있지만, 아직도 단 한가지, 그리지 못한 것은 아직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 그 옛날 70년대에 방 모씨라는 가수가 불렀던 노랫말이다. 얼굴을 얘기하노라면 이 노랫말처럼 얼굴을 잘 설명하는 말도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람에겐 얼굴이 있다. 그러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천의 얼굴이란 말이 있듯이 사람의 얼굴 모양새란 실로 다양하기 짝이 없고, 그 모습 또한 변해가기 마련이다. 그 뿐이 아니다. 얼굴은 마음 또는 정신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태어날 때의 얼굴은 부모님이 주시는 것이지만, 40대의 얼굴은 인생 역정을 겪으며 자신이 만든 얼굴이라고 하지 않는가?
관상이란 점술은 얼굴 얘기의 또 다른 구실을 준다. 사람에겐 운명이 있는데, 그 얼굴 모습을 보면 그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옛날 모 재벌회사의 회장은 사원을 뽑을 때, 반드시 관상을 보았다지 않는가. 그래서, 얼굴은 남에게 잘 알려져 얻은 신용이나 평판의 또 다른 언어라고 정의들 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이 이 천년 이상 살아 왔고, 또 우리가 현재 살고 있고, 앞으로는 우리 후손들이 특이나 경주라는 도시에서 삶을 담아 갈 도시이야기를 하자면서 이렇게 새삼스럽게 사람 얼굴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도시라는 것이 사람의 얼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이다.
결론부터 먼저 서둘러 말하자면, 우리가 우리의 얼굴을 보고, 가꾸고, 만들어 가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도시도 보고, 가꾸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얼굴의 코와 귀, 입과 눈을 화장하고, 성형하여 나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듯이 우리 경주의 도시도 그렇게 구석구석 아름답고 우아하게 꾸며서 우리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할뿐만 아니라 내방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관광상품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우아하고 품위 있는 얼굴이란 겉모습 화장에 더하여 마음이 밝고 넉넉하며 평온
한데서 비롯되듯이, 경주 도시의 진정한 아름다운 모습은 쾌적한 환경과 함께 경주 고유의 정신문화가 함께 하고 이들을 향유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 누구나가 자기가 좋아하는 인기 배우나 탤런트 한 두 사람쯤은 알고 있다. 다들 개성 있고 멋진 얼굴들을 가지고 있음에 우리는 그 만큼 관심을 갖는 것일 게다. 우리 경주
는 어떤 얼굴로 만들까? 겨울동화 속 주인공들의 얼굴 모습으로 만들어 갈까? 아니면, 태조 왕건 속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만들어 갈까?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이제부터 이 칼럼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보는 거다. 때론, 최지우의 얼굴도 눈, 코, 입, 귀, 눈썹 등을 하나 하나 뜯어 봐야하기도 하고 최지우랑 최진실이랑도 서로 비교도 해 보아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일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특이나 도시라는 공동체적 삶을 담는 장소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시민 모두가 다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 가야만 한다는 점이다. 내 고향 경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말이다.
조경설계가
경주대학교 건설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chosh@kyongju.ac.kr
다음호 주제: `테라스가 돋보이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