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와 사이코패스 최근 경기 서남부지역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국민적 충격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 사건의 피의자 강호순은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없고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조차 없는 냉혈한인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사형제도와 사이코패스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법정형에 엄연히 사형이 명시돼 있지만, 김영삼 정부 때인 지난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의 형을 집행한 게 마지막으로 10년이 넘도록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국제민간인권운동단체인 엠네스티로 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10년간 사형 집행이 없었던 것은 좌파적 성격이 강했던 정권의 특성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좌파는 범죄 그 자체보다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이나 원인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면 살인죄를 저지르게 된 가난이나 불평등, 사회적 차별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범죄자에 대한 응징보다 사회·경제적 비리와 모순의 해결을 우선시하게 된다. 사형제도 반대론자들은, 사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형벌이고, 오판에 의해 집행된 경우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사형제도가 있어도 위하력(형벌제도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사형제도 찬성론자들은, 사형제도를 존치함으로써 포악한 범죄에 대처할 수 있으며 국가적 질서유지와 인륜적 문화유지가 가능하며, 오판 가능성은 과학적 수사기법의 발달로 인해 거의 없으며, 사형제도가 폐지했을 경우 살인범의 생명이 희생된 피해자의 생명보다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보호된다고 할 수 있어 이는 오히려 근대법의 정신에 모순된다고 한다. 현재 세계 각국 중 사형폐지국은 129개국이고 62개국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은 유지국이고 독일과 프랑스는 폐지국이다. 사형제도는 국민정서와 법문화, 종교, 인권 등 다양한 문제와 얽혀있어 쉽게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며 맹목적인 폐지 주장보다는 점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사형제도 존폐의 논란에 앞서 사이코패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로서 자기를 위해 남을 착취하는 행동이상 질환으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죄의식이 없으며 동정심조차 없는 심리이상 상태이다.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선천적으로 뇌 전두엽에 이상 기질을 갖고 태어나고 공격성을 억제하는 분비물 세로토닌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 발현 양상은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데 정상적인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성장할 경우 다소 인간성이 나쁘다는 평판을 듣기는 해도 사회적으로 성공해 살아갈 수 있으나 불우한 환경 속에 놓이면 폭력성향이 증폭된다고 한다. 살인을 하지 않더라도 회사나 조직에서 자기 출세를 위해 남을 무자비하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우라고 한다. 요즈음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만연되고 있는 금권만능주의, 성공제일주의 사회풍토는 바로 그런 사이코패스들의 온상이 될 소지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만 하면 되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대단히 위험하다. 따라서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라도 탈·불법적 수단과 방법을 써서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예우 받을 수 없는 풍토가 돼야 할 것이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이코패스는 치료나 개선이 거의 불가능해 사회와 평생 격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이코패스 흉악범을 사회와 격리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아직은 유용한 제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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