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동양화라는 용어는 그 개념상 모호한 점이 없지 않다. 그것은 단지 서양화의 상대적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그림의 양식을 지역적으로 크게 둘로 나누어 구별해 본 것인데 그 지역의 범위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애매하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서양화라는 용어는 서양에서는 잘 쓰지도 않으며 그 개념조차도 없다. 서양사람들은 그들의 그림을 유화, 수채화, 연필화 등 재료의 사용에 따라 분류하며 작품으로는 모든 종류의 그림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반적으로 동양화라고 하는 개념에는 중국을 종주국을 하는 한자문화권에서 공통으로 사용되고 있는 먹(墨)을 주재료로 하는 그림을 말하는 경우라 할 것이다. 중국, 한국, 일본에만 국한되는 수묵화는 삼국의 유형이 별반 차이없이 수용되어 왔다. 수묵화와 이에 포함되는 문인화류는 서예를 바탕으로 붓을 필기구로 사용하는 데서 오는 췌본에 의한 수련과정을 거치게 된다. 말하자면 서예는 모범체를 엄격하게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그림도 실물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모본 그림을 보고 답습하여 나무 그리는 법, 바위, 동물, 인물 등을 임화하며, 특히 사군자는 절대적으로 체본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그림은 그 형상들이 익숙하게 외워져서 표현할 때마다 거의 획일적인 모형이 나타나게 된다. 이른바 `외워서 그리는 그림`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예술작품의 본질론에서 보게되면 임화된 그림이나 모사된 형태의 작품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으며 하나의 습작으로만 취급될 따름이다. 오늘날에도 유행되고 있는 많은 종류의 묵화류들은 사생없이 훈련되어 개성이나 창의성이 결여된다는 약점이 도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몇 분의 화가 중에 그야말로 한국화가라고 할 수 있는 이왈종(1945년생, 서라벌예대 동양화과 졸, 제주도에서 전업작가 생활주예 “외워서 그리는 그림은 재미없다”고 하면서 묵화를 배워서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표현이 싫어 지금은 서양재료인 아크릴물감으로 형형색색의 형상을 구현하고 있다. 이왈종은 서구적인 생각과 문물을 한국적인 정서의 맥락을 풀어내고, 전통성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표현방법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현대적 한국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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