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따갑고 무더웠던 2007년의 여름. 우리는 권빈이라는 보석을 선물 받게 되었다. 2007년 6월27일 사랑의 공동체라는 미인가 시설의 폐쇄로 인해 우리시설(경주온정마을)에 입소한 빈이. 빈이를 낳아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았던 어린나이(부모님 모두 고등학생)의 부모님은 빈이를 미인가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입소첫날 낮선 환경에 어리둥절하며 하염없이 울던 개구쟁이 빈이. 미인가시설의 원장님께서 빈이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 것과는 반대로 공격적인 성향도 전혀 없었으며 비록 귀가 들리지 않아 말은 하지 못했지만 선생님들을 먼저 도와 모든 일을 척척 알아서 잘하는 똑똑한 초등학생의 모습 이었다. 입소 전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기억이 있어 그런지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는 병원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빈이의 마음속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병원 문 앞의 바닥에 누워 들어가지 않겠다고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어린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되었으면 저런 모습을 보였을까 라는 생각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2007년 8월23일 청각이상 유무를 확인하기위해 경주 동국대병원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결과 양측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진단받았으며 뇌간유발반응 검사 시 전혀 반응이 없는 고도의 난청이라는 소견을 받게 되었다. 빈이의 청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든 끝에 지난 4월 5일 서울삼성병원에서 의료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세상의 소리로 이어지는 사랑이라는 인공와우 수술지원사업에 프로포즈를 하게 되었다. 신청서를 접수하고 2주가 지난 뒤 4월 21일 수술대상자인지 확인 유무를 위해 1차 진료를 받게 되었다. 그 이후 5월22일 2차 진료, 5월29일 3차 진료, 9월1일 4차 진료, 9월24일 5차 진료 때는 수술 전 검사를 위해 3일간 입원까지 해가며 힘든 검사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몇달의 검사과정을 거친 후 10월29일 무사히 인공와우 수술을 잘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회복기 때는 상처부위가 좋지 않아 입원을 며칠 더하는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똑똑하고 대견한 빈이는 그 어려운 큰 수술을 잘 견디고 11월 5일 무사히 우리 곁으로 올수 있었다. 수술한지 한 달 뒤 달팽이관에 시술한 임플란트 이외에 겉에 보청기 형식으로 장착하는 외부기계를 받을 수 있었으며 현재는 12월부터 포항의 언어치료실에 주3회 다니며 서울삼성병원도 인공와우 수술이후 매핑이라는 진료를 위해 주1회 서울을 가고 있다. 작은 체구의 빈이에게는 이모든 일정들이 힘에 부치고 힘든 시간이기는 하지만 소리에 조금씩 반응을 보이며 의사선생님께서 말씀 하신 것처럼 갓 태어난 어린 아기가 말을 하기까지의 성장과정과 똑같다는 것처럼 요즘은 옹알이를 시작했다. 혼자서 옹알이를 하는 모습이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앞으로 빈이가 세상의 소리와 가까워지고 또 말을 하기까지 몇 년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그 긴 시간을 빈이가 잘 이겨내어 우리와 같이 세상의 예쁘고 고운소리를 우리 빈이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해 본다. 어제는 빈이가 학교에서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아왔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마음으로 낳은 아들 빈이의 100점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경주 온정마을 박남식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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