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짓는 새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설계도 없이도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낸다. 그 둥지에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어린 생명을 키워낸다. 하늘을 나는 새도 제 집이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집 없는 설움에 눈물짓고, 한숨 쉬는 이웃이 적지 않다. 4~50년 동안 제대로 수리 한번 하지 않아, 천정에는 빗물이 줄줄 새고, 기울어진 기둥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험을 안고 사는 집도 적지 않다. 바람막이도 제대로 되지 않는 헌 컨테이너에서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이도 있다. 이런 집에 사는 이들에게 삶이 희망일 수 없다. 고역이다. 좌절이다. 그리고 때론 분노다. 이런 가정에 소박하지만 편안한 집을 지어주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이 경주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이 4년 전이다. 경주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어렵게 번 돈 가운데 일부를 떼 내 자기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준 것이다. 사랑은 전염성이 강했다. 이 소식을 들은 경주시에서는 해마다 5가구 분의 예산과 자원봉사단을 배정했다. 뜻있는 건축사는 설계도와 건축 허가를 도맡았다. 목수는 목공으로, 미장기술자는 조적과 미장으로, 도배 기술자는 도배와 장판 설치로, 설비 기술자는 보일러와 상하수도 공사로 봉사했다. 이웃 주민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일손도 도우고, 새참을 만들어오기도 했다. 텔레비전이고 가스렌지 등 가전제품을 후원하기도 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집은 투기대상이 아니다. 40% 이상의 국민이 집 없는 나라 네덜란드에서 집 없는 설움으로 희망을 저당 잡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집은 둥지여야 한다. 그리고 둥지 없는 가정에 둥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국가가 못한다면 지역 사회라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의 집 20호를 준공한 경주시와 경주자활센터, 그리고 경주시민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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