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이다. 유례없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 맞는 12월이어서인지 여늬해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재래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중소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고, 소비자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장바구니가 더 꽁꽁 얼어붙는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우리주변지역까지 그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연말이면 송년모임을 비롯한 각종 행사들이 줄을 잇고, 회식자리와 술자리가 많아 자칫 들뜨기 쉬운 법인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연례적으로 치러오던 행사조차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주지역의 호텔을 비롯한 대형 연회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경우 평년에 비해 약 30%가까이 예약률이 떨어졌다고 한다.
일부 뜻있는 기관단체들의 경우 행사 경비를 과감하게 줄이고 남는 돈으로 대신 불우한 이웃에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선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단체들의 경우 지역의 경제 불황과는 아무 상관없이 많은 비용을 들여 아주 호화로운 행사를 기획하여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또 이런 단체들의 경우 의례히 일회성에 불과한 화환들로 행사장을 온통 도배하는 등 일반시민정서를 무시한 처사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 부잣집 가훈처럼 올 연말은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릴 줄 알고 베풀 줄 아는 따뜻한 온정이 넘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춥고 어려울수록 어려운 사람들은 더 절박하게 어려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