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고단한 일들이 끝난 늦가을 들판은 이제야 이마의 땀 닦고 ‘휴~’ 큰 숨 쉬고 휴식을 취한다. 올해는 가뭄 때문에 단풍이 별로라고 다들 아쉬워하지만, 태풍 하나 없이 볕이 좋았던 덕분에 그나마 허리 조금 펼 수 있게 된 농촌. 농사일이 해도해도 끝도 없고 돈도 안되니 너도나도 버리고 떠났지만, 우리가 마지막까지 끌어안고 지켜야할 것이 있다면 바로 땅이 아닐런지……. 시험연구포 뭐하는 곳인가 농사일도 무턱대고 하던 예전을 생각하면 안된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시험연구포는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곳이다. 새소득작물 개발, 다양한 품종의 지역적응과 토종작물의 종자 보전을 위한 실증시험연구를 한다. 북군동에 위치한 ‘새기술 시험연구포’는 시험포 5289㎡와 작물포 2만2770㎡ 등 전체 3만3000㎡의 규모로 운영 중이다. 담당인 이해규 계장은 올 8월에 발령을 받아 현재 시험연구포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특성화 되지 않은 꽃생산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연간 35-40여만본의 시가지와 사적지 미화용 꽃들이 모두 이곳에서 재배됐으나 올해부터는 새로운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새기술시험포 특성화사업은 지역 특성에 맞는 농특산물 브랜드 개발과 다양한 작목의 특성별 실증시험연구를 한다. 또 미화용 꽃생산은 산림녹지과로 업무를 옮겨 용역체제로 전환(예산절감 효과 1억원)하고, 2010년까지 체계적인 시험 프로그램을 적용한 실증시험, 벤치마킹을 통한 개선, 3차 특성화 작목을 선발한다는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종합검정실에서 토양검사와 엽(葉)분석 전체업무 중 50%를 차지하는 토양관련 업무를 위해 종합검정실을 운영하고 있다. 토양과 수질에 대한 종합적인 검사, 관리, 정밀분석을 통한 시비처방으로 관행적인 시비방법을 개선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또 친환경 품질인증 등을 위한 농업인의 토양검정 요청도 해결한다. 작물이 들어가기 전 초기단계의 검사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40평 규모에 pH메타, 토양분석기, 단백질분석기 등 35종의 장비를 보유하고 전기전도도, 산도수치, 유효인산과 유효규산의 함량, 질소와 중금속 함량 등 30여종의 분석이 가능하다. 쌀 소득 등 직불제 토양검사와 주요작물 재배지, 친환경인증, 민원 요청, 축산분뇨액비 등 3000여점의 검사를 한다고 한다. 축산분뇨액비는 돼지분뇨를 발효해서 액비를 만들어 토양에 뿌리는데 이 액비가 일정규모의 각종 함유량을 가지고 있어야 작물이 자라므로 적정수준의 액비가 되었는지 검사를 한다고 한다. 주요작물 재배지 토양검정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전국 농경지의 필지별 토양검정으로 농업인에게 필요한 작물별 시비량을 추천한다. 또 토양검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친환경적인 토양관리를 유도하고 농업토양정보시스템(ASIS)을 통해 신속하게 웹서비스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검정이 완료되면 토양관리처방서를 즉시 발부해 가급적 농업인이 영농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영농기 이전에 우편, 읍면 농업인상담소, 이메일, 팩스 등으로 발급하고 있으며 설명이 필요한 사람은 직접 시험연구포를 방문하면 된다. 엽분석은 화학비료를 많이 주는 농가를 선정한 후, 잎색이 짙은 필지에서 시료를 채취, 건조해서 벼 잎의 전 질소함량을 검사하는 것이다. 분석결과 기준치 3.50% 이상 높을 때는 해당농가에 통보하고 수확 후 토양검사를 실시해 제재 규정을 적용하며 이삭거름 시비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실증시험연구로 시행착오 줄인다 실증시험연구는 경제성이 있는 지역의 특화작목 선정을 위해 시험연구포를 만들고 직접 재배해봄으로써 지역적응력과 내병성, 재배용이성 등을 관찰한다. 한 작목의 다양한 품종을 실증시험을 통한 적합품종을 선발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 발굴 및 농업인 지도자료로 활용코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해규 계장은 지난 10월 멜론 재배의 온상설치부터 파종, 육모간격, 토양, 시비, 물과 온도 관리, 병해충 대책 및 증후과제에 이르기까지를 고찰한 멜론재배의 실증시험연구보고서를 펴냈다. 한 권의 책으로 멜론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내용까지 기술하고 있다. 이 계장은 “작물재배는 이론은 있으나 정확한 실증이론이 없다”며 “각각의 품종이 노지에서, 온실에서 어떻게 적응하면서 우리지역에 맞을까를 연구한다. 두 곳의 시험포를 운영해 어떤 생리적 특성, 과일의 경우 당도, 맛 등과 내병성, 내향성, 또 가뭄에는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지 등을 기록해 현장적응성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농민이 농사를 지었을 때 실제로 어떤 적응력이 있는지를 이론화해서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것이다. 현재 특화작목인 블루베리를 노지에서 시험연구 중이다. 블루베리는 가뭄과 습기에 약하고 아주 개성이 강하다. 골을 깊게 파야하고 잡초 때문에 검은색 천을 덮었지만 그것도 적정 수준이 있다고 한다. 산내 단고사리의 하우스재배 시 토착성, 적응성도 시험 중에 있다. 이론이 정립되면 농가에 교육을 시행하고, 실제로 적용한다. 누구나 수시로 견학할 수 있고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예비기간을 거치면 작물을 지원받아 재배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해규 계장은 “결과 평가는 의미가 없다. 작물이 왜 실패하는지 과정이 중요하다. 실증시험에서도 억지로 살리지 않고 고사하도록 두고 보며 원인을 찾고 있다”며 “내년도에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농업인들에게 한층 가까운 시험연구포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경주에 맞는, 경주만의 작물을 가진다면 그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다. 농촌의 열악한 환경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작물재배를 한다면 또 얼마나 힘이 들고 경제적인 손실이 있을까마는, 다행히 경주에는 시험연구포가 있다. 새로이 농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또 새로운 작물로 전환하고자 하는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조롱박, 여자, 수세미, 대형 호박 등과 야생화가 즐비해 유아동의 견학지로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새기술시험연구포는 항시 개방되어 있다. 거기에 이해규 계장의 넉넉한 웃음과 직접 조제(?)한 따뜻한 보이차가 맞아줄 것이다. 농업에 관한 이야기는 두말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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