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재촉하는 비 내린다. 춥다. 날씨도 춥고, 얼어붙은 경제도 춥다. 덩달아 마냥 쪼그라드는 우리 마음도 춥다.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추울 거란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스산하다. 특히 천정이 어딘지 모르게 올라버린 기름값 바람에 난방조차 못하고 겨울을 나야 하는 저소득 주민의 사정은 최악이다. 그런 가운데 따듯한 겨울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이 있어 메마른 세태에도 훈훈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이라 불리는 저소득 주민들에게 도타운 이웃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경주지부’가 그들이다. 2004년 처음으로 100여 가구의 주민들에게 2만여 장의 연탄을 나눴던 그들은 해마다 그 양을 늘려 올해에는 203가구에 4만600장의 연탄을 나눴다. 있는 사람들에게 연탄은 잊혀진 추억에 불과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겐 겨울을 나는 소중한 보물이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조용하게 저음(低音)의 물음표를 던지는 안도현의 시처럼, 자신을 불태우고 남을 따뜻하게 하는 연탄처럼, 연탄 나눔은 사랑 나눔이다. 이번 사랑 나눔에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뿐만 아니라 자유총연맹 등 경주지역 10개 단체가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끈다. 그렇다. 어려운 이웃에 나누는 사랑엔 좌와 우가 있을 수 없다.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어떤 이념도 허위일 수밖에 없기에 너나없이 힘을 보태는 아름다운 경주의 모습을 보여줘서 자랑스럽다. 연탄 저금통에 동전을 넣어준 고사리 손에서부터, 구슬 땀 흘리며 연탄을 날라준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사랑은 연탄을 징검다리 삼아, 참여와 나눔의 세상으로 나가는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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