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금 3000억원 사용방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난 18일 ‘방폐장 특별지원금 운용방안 시민공청회’가 열려 많은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시민들은 이 자리를 통해 미래경주를 위한 뚜렷한 해법이라도 마련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공청회를 지켜봤다.
결과적으로 이날 공청회는 묘안을 짜내고, 지혜를 모으는 건설적인 장이 되지못했다. 집행부가 마련한 계획안을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별다른 소득도 없이 끝났다.
먼저 경주시민에게 있어 특별지원금 3000억원에는 단순한 돈의 차원을 넘는 상당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경주의 미래를 위해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경주시민들의 굳은 의지와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고, 또 오랜 세월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개발이 제한돼 발전에 한계를 맛봤던 한이 담겨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비장함의 결정체나 다름없는 것이 특별지원금이다. 그러기에 이 돈의 쓰임새와 향방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 돈만큼은 종자돈으로 제대로 써야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또 마치 묘사 떡 가르듯이 푼돈으로 쓰지는 말자는 것에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바람이 이러할진대 이의 집행은 어렵고 신중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공청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 이날 논의된 기금 사용방안과 투자계획들도 시민들의 바람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된다. 사용방안이야 기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에 대한 지혜를 모으고 나면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일부사용, 전액사용, 기금화 등은 부수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금의 대부분을 도로공사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과연 경주시민들이 동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성수기에 폭증하는 교통량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기는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를 넓히겠다는 발상도 이해하기 어렵다.
교통체증해소를 위해 도로를 자꾸 더 뚫을게 아니라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와 시간대를 분석해 오히려 교통을 통제하고 셔틀버스로 유도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교통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경주는 차도를 줄이고 대신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해 관광객들이 맑고 쾌적한 환경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친환경생태도시로 가꾸어 가는 것이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교통문제와 에너지절약, 환경보존, 시민건강증진을 위해 많은 도시들이 차도를 줄이고 자전거 전용도로개설과 자전거공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제주도에서 보듯이 그것이 관광객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광도시의 경우 도로를 넓히면 넓힐수록 관광객의 도시 체류시간은 더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역효과도 예상해야한다. 아무튼 도로개설에 이 돈을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3000억원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 게 가장 좋을지에 대해 시민공모를 통해 묘안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 가운데 좋은 안 몇 개를 여론조사에 붙여 합리적으로 결정한다면 최선의 묘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