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몸과 마음이 시리다. 얼마 전 더위로 몸서리를 칠 때가 그립기까지 하다. 예견하지 못한 채 갑작스런 변화가 다가와도 이 계절처럼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 김원주(44)씨에게도 예기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교통사고를 당해 이틀 동안이나 의식불명으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고. 저승문턱까지 다녀오고 나니 지금 사는 삶이 덤으로 사는 세상에 무엇인가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었단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캠프를 6년째 이어가고 있다. 대자원·애가원·아이꿈터 어린이 150여명과 비장애인들 100여명이 함께 하는 이 캠프는 그가 발로 뛰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음이 따뜻한 사람들을 찾아가 당당하게 얼마를 달라고 한단다.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고 하는데, 그의 마음을 알고 대부분 선뜻 내어 놓는다고 한다. 현재 동천동에서 20여년 금곡유리알미늄샷시를 하는 그는 거래처에는 좀 억지를 쓰기도 하지만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늘 한결같이 동참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자신은 캠프를 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주고 프로그램 등은 참여하는 시설의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한다. 한 팀을 만들때도 대자원·애가원·아이꿈터·일반참여자 각 1명씩 4명이 한 조를 이루게 한다고.
처음에 불평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장애·비장애가 따로 없이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그 모습에 반해 이 캠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했다.
다섯명이 주축이 되어 이웃집, 용강사회복지관, 분황사급식소, 천우자애원, 대자원, 예띠쉼터에 짜장면 봉사를 4년 동안 했다고 한다. 밤새 밀가루 반죽을 하고 채소 등을 썰어 준비를 해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을 대접하고 나면 맛있게 먹었다는 말 한마디에 밤을 샌 피곤도 달아나고 주체하지 못할 기쁨으로 가득차 돌아오는 길에는 휘파람이 저절로 나왔다고.
자장면 한 그릇으로 행복해 하던 그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잠시 사정상 못했지만 내년부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한다.
티끌기능봉사회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그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집수리 봉사를 하는 ‘경주김씨 봉사단’에서도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18명의 회원이 1년여 동안 13가구에 장판이나 도배, 가스, 보일러 등을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살려 수리를 해 주었다고 한다.
경주시 전 지역의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면사무소와 용강사회복지관 등의 추천을 받아 사전답사를 통해 가부를 정하고 대상을 선정 했다고 한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 손길을 주기 위함이다.
단체가 아니고도 그는 고아원이나 독거노인들에게 방충망을 설치해 준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반듯한 일터가 있기까지 성실하게 살아 온 그에게는 소신있게 살 수 있도록 내조를 해 준 아내와 중학교 2학년인 딸,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무엇보다 큰 힘이라고 말한다. 혼자가 아닌 늘 가족들이 동참하는 봉사라서 더 보람있고 행복했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남들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악조건의 일들을 해결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섰다고 용강사회복지관에서 감사패를 받았다고 한다.
추운 겨울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으로 땀 흘려 다함께 일했더니 덤으로 상까지 받고 보니 더 열심히 하라는 무언의 채찍 같았다고.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운영하는 게 꿈인 그는 결혼할 때 아내에게 지금의 그가 행하고 있는 봉사에 대해 미리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가 행복한 마음으로 오래도록 그 길을 걸어 갈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동행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바쁘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한번쯤은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갔으면 한다는 김원주씨의 소박한 소원처럼 이 추운 겨울 넉넉한 마음을 조금씩만 나누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