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한 시민 “이미 사용방법 정해진 분위기”
토론자 대부분 ‘일부 사용계획’에 무게 둔 듯
도로개설 사업이 대부분, 부정적 견해 많아
시민사회단체 “시민 공감하는 사업에 사용을”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받은 특별지원금 3000억원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시민공청회가 소득도 없이 끝났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방폐장 특별지원금 운용방안 시민공청회’에는 경주시의 주제설명, 토론자들의 토론에 이어 참석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순으로 진행됐다.
박기태 교수(경주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이삼용 시의원(경주시의회 국책사업추진 및 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 박병식 동국대 교수, 이상기 경주경실련 집행위원장, 김동식 방폐장지원사업 범시민연대 사무총장, 김은호 천년미래포럼 이사장, 신수철 방폐장 주변지역 주민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백상승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돈을 경주발전을 위해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공청회의 목적”이라며 “사소한 사업은 시 예산으로 하고 오랫동안 완결하지 못했던 큰 사업을 해 관광철 도심교통체증을 해소하는 한 도시가 갖추어야 하는 외곽순환도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고 말했다.
백 시장은 또 “물가나 원자재 값이 오르면 해야 할 사업을 안 하면 어려울 수도 있다”며 “내 앞에 것만 집착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하드웨어를 구축할 수 있는지 의견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진구 의장은 “(3000억원은)시민 의견 수렴을 통해 시민의 뜻에 따라 시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시의회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의견은=이날 토론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경주시가 제시한 일부 사용안에 대해 무게를 두었지만 사용 자체에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병식 교수는 “3000억원을 당면 사업에 투자하더라도 조례를 만들어 사업 투자 후 환수하는 방법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삼용 시의원은 “최근에 경주에 현안사업이 많다. 성수기에 교통체증으로 주요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해 관광객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시 찾는 경주가 될 수 없다”며 “최근 불황으로 중앙정부도 SOC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경주도 SOC사업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물가가 최고 17% 오르고 예금을 해놓고 12%를 손해보고 있다. 2004년부터 양여금이 폐지돼 국비로 사업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며 시민의 혈세로 공사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시민이 허락하면 예금을 해놓고 손해 볼 것이 아니라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은호 이사장은 “방폐장 유치 이후 지역사회가 찢어져 돈 있는 집안에 싸움이 벌어진 상황이다. 3000억원 때문에 경주발전이 더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자기중심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3000억원 사용에 대해서는)시와 시의회가 가장 관심을 갖고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잘할 수 있도록 시의 방향에 맡겨두는 것이 경주가 잘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경주시가 알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맡겨두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상기 집행위원장은 “경주시가 제시한 일부를 사용하는 안 중에 마무리 할 수 있는 것만 사용하고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며 “도로를 내는데 전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수철 방폐장주변지역 주민대표는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동경주 주민들에게 한 약속이 지켜졌는지 짚어 보아야한다”며 “우리(동경주)가 남이 아니라 시내권 주민들이 이해해 주고 공유해야하며 지역이기주의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3000억원이 확보되었지만 어디로 가야하는데 청사진을 본적이 없다.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며 “오늘 공청회는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선택하는 자리가 돼야 하며 도로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동식 사무총장은 “3000억원의 의미를 알아야 하며 우리 후손들에게 떳떳해야 하는데 경주시가 밝힌 3가지 안은 정답이 아니다”며 “전체적인 사안을 놓고 생각해야 하는데 경주시의 안은 너무 단조롭다”고 지적했다.
▶참석한 시민들의 주장은=이날 시민공청회에는 350여명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대부분 경주시가 제시한 3가지 안에 대해 반발했다.
임배근 경주시지역혁신협의회 의장은 “이번 공청회는 시의 입장이 명확한 것 같으며 의례적으로 거쳐 확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전과 목표에 대한 고민은 없고 도로 개설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또 “경주시가 교통체증이라면 대한민국이 교통체증이며 지금은 슬로우 시티 시대다. 70년대식 정책을 하고있다”며 “나의 임기동안 꼭 사용한다는 생각은 안된다. 주민투표나 여론조사, 연구용역 등의 절차를 거쳐서 관주도가 아닌 민간이 공동 프로젝트로 구상해 천천히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폐장 주변지역 유영태 시의원은 “3000억원은 3개 읍면 주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해 놓고 해야 한다. 방폐장 지원법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가지 안 테두리 내에서 여론수렴?=경주시가 이번 공청회에서 제안한 것은 현안 사업에 일부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추후에 쓰는 방안, 대규모 사업에 전액을 투자하는 방안, 전액을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 등 3가지.
시는 토론회 전에 투자계획을 일일이 설명하고 필요성을 강조하는 자체가 공청회를 유도하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특히 일부사용계획안에 지역현안 14개 1080억원 투입 내용은 남천하천정비 1개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이고 3000억원 전액사용시 투자계획도 19개 사업 중에 3개 사업을 제외한 모두가 도로개설 사업으로 계획되어 있어 참석한 시민들의 반발을 받았다.
이날 참석했던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2년 동안 시민여론 수렴 한번 하지 않고 이제 와서 갑자기 시가 3가지 안을 만들어 놓고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3가지 중에 고를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경주에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이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토론자 대부분은 3000억원 사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제시보다는 경주시가 제시한 안에 국한된 입장 표명 수준에 그쳐 시민공청회를 의심케 했다.
▶경주시는 어떻게?=국책사업단 고해달 과장은 “시민공청회에서 수렴된 내용을 토대로 심의위원회에 방안을 제출해 사업을 수립한 후 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과장은 “시가 방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번 공청회에서 충분히 여론이 수렴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만 던져놓고 떠넘기기=경주시는 참석한 시민들에게 사용계획 설명을 하면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해 시의회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모 시의원은 “시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알려 놓고 나중에 시의회와 협의를 하겠다는 것은 시가 사업을 추진하려고 예산을 편성해 놓고 시의회 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일부 사용시 지역현안사업 투자계획=강변로(첨성로~천북신당리) 개설(180억원), 국도4호선 우회도로 확포장(경주대~광명) (120억원), 흥무로 개설(60억원), 알천북로 개설(110억원), 천북신당~천북면 소재지간 도로확포장(231억원), 양정로(전랑지~알천북로) 개설(42억원), 남천 하천정비(100억원), 문무로 위험구간 구조개선(30억원), 관성~석굴간 도로개설(28억원), 산내~서면간 도로개설(70억원), 양남~양북간 도로개설(25억원), 현곡~안강간 도로개설(30억원), 노동~오류간 도로개설(20억원), 명계~노곡간 도로개설(34억원) 등 14개 사업에 1080억원 규모다.
▶3000억원 전액 사용시 지역현안사업 투자계획=일부 사용 투자 계획사업인 14개 사업의 사업비를 더 늘이고 천북면소재지~보문단지간 도로확포장(462억원), 양성자기반공학기술 개발사업(143억원), 천북산업단지 입구~자동차 전용도로간 도로개설(122억원), 교통종합정보센터 구축(78억원), 지역주민숙원사업(100억원) 등 19개 사업에 3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지역사회 발전위해 사용을=이날 시민공청회에서 경주시 상가발전협희회, 경주도심위기대책 범시민연합, 국책사업범시민연합, 6·25참전유공자 경주지회, 경주역사문화특별시 추진위원회, 국민성공실천연합 경주지회, 경주 로터리클럽, 경주 희망시민연대, 경주행정타운 추진위원회, 경주시 노인회, 경주청년회의소, 경주시 행정동우회, 경주시 예총지부, 경주시 새마을지도자회, 민족통일경주시지회, 화랑라이온스클럽, 경북동남권 경주발전협의회, 베트남참전유공자회 경주시지회 등 단체대표들은 방폐장 특별지원금 운용방안에 관한 건의문을 돌리고 특별지원금을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감포·양남·양북주민의 동의하에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에 따른 시너지효과 극대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수원 본사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및 보상을 3개 지역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데 특별지원금이 사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경주의 어떤 지역이라도 피해가 없어야 하며 균형발전이 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특별지원금은 푼돈으로 사용하지 말고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하고 투명하게 모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경주시위원회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주장=민주노동당 경주시위원회도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경주시가 시민공청회 자료로 제출한 3000억원 사용방안은 논의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며 “건설공사 밖에 챙길 줄 모르는 백 시장의 식견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경주시위원회는 또 “3000억원은 대규모 건설투자 이익으로부터 소외받는 서민들의 위한 복지비용에 쓰여야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로, 혹시 모를 피해지역에 대한 배려로 쓰여져야한다”며 “예를 들면 3000억원을 기금화해서 이자분으로 학자금을 지원한다면 경주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가능하며 이것이 시민과 약속한 방폐장 유치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주시위원회는 “3000억원은 핵폐기물을 안고 살아가는 시민들의 생명과 바꾼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신중을 기하여 시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경주시와 경주시의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