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에 머물렀던 사람 중에 흔쾌히 응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손사래 쳐가며 한사코 사양하는, 마음 넉넉한 그도 결국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락해 ‘준이’라는 닉네임을 쓰기로 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전하고 있는 ‘하늘호’라는 자선공연단체에 대해 더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 2006년부터 자선공연에서 모금한 수익금으로 집수리, 분유 보내기, 연탄보일러 설치 등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상기된 모습에 슬쩍 미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행복바이러스를 유포한 유력한 용의자(?)인 그는 1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닫든지 네가 하든지 알아서 해라’는 부친의 단호한 결정으로 한달 만에 직장생활을 접고 경주로 와서 3대를 잇는 가업을 물려받았다. 정부양곡만을 취급하던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녔고, 주말이면 아내와 아이들을 향해 서울로 달려가는 일을 15년째 하고 있다. 크리스찬인 그는 먼 길을 달려가 가족과 종교의 힘으로 재충전하고 있다고.
주말부부로 살다보니 늘 신혼같다고 말하는 그의 볼에 홍조가 피었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그의 아내도 특수학과를 전공한 교사로 20여년을 근무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현재 크리닉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서로 신뢰하며 경주와 서울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그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해야겠다.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미안해서 손수 빨래를 하는 마음 깊은 남자다. 하나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가업을 4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아들이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자선공연단체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한 것도 10여년이 넘는다. 처음의 그 단체에서 만난 이정훈씨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늘호를 꾸려가는 ‘준이님’.
공연으로 얻은 수익금은 수백 수천명이 천원, 이천원의 돈과 기를 모아 만들어진 성금이기 때문에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전한 것은 더 없이 소중한 마음들이기 때문에 한 치의 의혹을 없애기 위해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하늘호’ 카페에 모금액 입출금 내역을 공지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곳,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서라도 일일이 돌아본 후에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실제로 어려운 이웃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을 한 마음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성금도 선뜻 내어놓으며 봉사활동의 중심을 잡아주는 버팀목이다.
결실의 계절인 이 가을날에 심신이 지쳐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늘호가 전하는 따뜻한 마음의 노래를 들어보라고 한다. 그들이 부르는 것은 단순히 노래만이 아니다. 노래 속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가오는 12월 12일 청소년수련관에서 ‘행복바이러스’ 콘서트가 열린다. 자선공연 문화를 함께 즐기고 음악을 통해 사랑을 나누며 봉사하는 기쁨을 배우는 자리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준이님’이 있기에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그의 넉넉한 어깨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콘서트를 기대해 본다.
박인복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