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을 애태우던 비가 강정구씨(47)를 만나러 가는 날 내리기 시작했다. 양남에 위치한 신월성건설소까지 가는 길에는 단풍이 고운 빛으로 그가 반기듯 활짝 웃어 주었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그의 따뜻한 마음 같아 지루하지 않았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 선 지금, 우리도 곧 그들의 대열에 들어설 것이고, 그때 누군가의 봉사를 받는다 생각하면 현재의 봉사가 조금 힘들어도 마음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신월성건설소 기계부에 근무하는 강정구씨는 30여년에 가까운 근무경력과 오늘날 원자력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한 몫을 한 자긍심과 애사심이 대단했다.
1996년 한국전력공사 월성원자력본부 노조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조합사업의 일환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는 충북 진천이 고향이다.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고향에서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시작한 봉사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고 한다.
주5일 근무제로 바뀐 뒤로는 봉사활동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고, 3년 전부터는 현재 재학 중인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주시학생회로 구성된 ‘사랑나무봉사회’에서 매월 마지막주 나자레원 생일지킴이로 방문을 한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레 생일케익을 준비하고 회원들의 장기자랑으로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 사명감마저 느낀다고. 한 달에 두세번 방문을 하기도 하는데 어쩌다 한번씩 빠지면 이구동성으로 찾는다고 한다.
주말이면 늘 봉사활동을 가느라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한결같이 믿어주고 인정해 주는 아내와 대학생으로 훌쩍 자란 두 아들이 이제든 든든한 응원군이 되었단다.
사내 봉사단체였던 사랑나눔회는 현재 누키봉사단의 모태가 되었고 자발적으로 한 구좌씩 가입하는 동기부여도 그가 이룬 일 중의 하나이다. 한방진료 및 이미용 봉사 등을 했던 티끌기능봉사회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노동조합 사업으로 지역 사람들을 위해 ‘한마음 바다 축제’도 열고, 지난 21일에는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을나들이로 ‘허브힐즈’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현재 한수원(주)신월성건설소 노조위원장,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주시학생회장, 사랑나무봉사회장, (사)하나노인복지센타 자문위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정구씨의 아주 특별한 점은 10여년 전부터 점심을 먹지 않고 그 점심값을 기부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 가훈도 ‘사랑을 베푸는 것’으로 바꿨다고 한다. 노력과 희생을 통해 그가 실천하는 봉사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꾸준히 운동하고 일요일도 평상시와 똑같이 일어나 생활한다는 그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다.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것은 그의 아름다운 실천 때문인 것 같다.
방송통신대학에서 만난 교우가 결혼식 주례를 그에게 부탁했다. 가부장적 내용을 탈피해 아주 멋진 주례사를 준비했다며 기대해 달라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또 다른 봉사의 종이 울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