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비한 문화재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개발 절실 ■관광경주의 현황■ 지난해 말 호주케인즈에서 열린 제24차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남산,월성, 대능원, 황룡사지, 명활산성 등 5개지구 2천8백80ha가 경주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이로써 경주는 기존의 불국사·석굴암지구와 더불어 2개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세계적인 문화도시이이 다시 한번 저세계에 입증됐다. 하지만 경주의 관공산업은 해를 거듭 할수록 침체하고 있다. 경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는 지난 88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관광패턴도 머무르는 관광에서 스쳐지나는 관광으로 인식되고 관광수익은 점차로 떨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는 엑스포 특수가 있었지만 관광객은 8백만을 조금 넘어서는데 그쳐 경주관광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주시의 안이한 관광정책, 눈앞의 이익에 어두운 상인들의 얄팍한 상혼, 관광객을 대하는 시민들의 무뚝뚝한 태도, 야간 볼거리 및 즐길거리 전무 등이 경주관광의 침체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경주는 국보30점, 보물 76점을 비롯해 수많은 사적이 흩어져 있으며 특히 남산에는 1백15개의 사지(寺址), 80여기의 석탑, 90여채의 석불상 등 사적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것만도 35점에 이르는 말 그대로 노천박물관이다. 경주지역에 산재한 국가지정 문화재의 경우 1백97점으로 전국대비 7.9%, 경북대비 40%를 차지해 누가뭐래도 우리나라 제일의 역사문화도시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주는 문화재는 있지만 문화는 없는 도시라고 지적한다. 수천년 성상을 지켜온 문화재는 있지만 신라 패망후 천년이라는 세월속에 신라를 지탱해온 문화는 사라져 버렸다. 흔히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입을 모은다. 경주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수많은 문화재, 보문관광단지, 청정동해안을 끼고 있는 수려한 자연경관 등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충분히 갖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응용할 소프트웨어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이디어 즉 소프트웨어 하나로 세계적 명소가 된 곳은 셀 수 없이 많다. 20여종의 축제를 연중 개최해 연간 1천3백만명을 끌어 모으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Edinburgh)시, 연극제, 영화제 등 예술·문화이벤트로 연간 3백만명을 맞아들이는 일본 오오이타현의 유후인 마을 등은 우리가 눈여겨 볼일이다. 관광산업개발이 호텔을 짓고 경마장을 건설하고 카지노를 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연구원은 "어떻게 기존의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를 덧 붙이는냐가 관광산업의 승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경주관광이 다시 한번 도약하려면 기존 하드웨어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절실한 것이다.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그것을 이용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물건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경주관광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71년 박정희 전대통령 집권당시 경주관광종합계획을 수립 의욕적으로 보문관광단지를 개발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오던 경주관광이 최근 안이한 관광정책, 경마장, 감포관광단지, 신라촌 등 관광인프라 자원 건설 실패 및 유보, 경주시민의 배타성과 상인들의 얄팍한상혼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관광경주의 문제점을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연구원과 김현주 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짚어보았다. ▲문화자원의 상품화 및 관광기념품 부족 경주는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자원을 이용해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관광자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자원들을 연출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라문화의 유산을 단순히 구경하는 사적관광이 아닌 문화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고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역사체험프로그램, 문화유적답사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계발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경주에는 토산품으로 경주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는 황남빵을 제외하면 경주를 대표할 만한 관광기념품이 전무한 실정이다. 다양한 관광상품은 지속적인 투자와 창의적인 아이디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관광지면 어디에서도 판매하고있는 그저 고만고만한 기념품들, 조악한 품질과 디자인 등으로 관광객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으며 더구나 경주의 유명관광지 주변 무허가 좌판에서 판매되는 기념품들은 대부분 중국제 등 동남아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왜 색풍 짙은 양산을 너나 할 것 없이 버젖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 관광경주의 이미지를 오히려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에 등록된 48개의 기념품 생산업체들은 대부분이 90년대 이후 개업해 역사가 짧고 1백평 미만의 작업장에 5인이하의 영세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관계기관의 꾸준한 지원과 업자의 아이디어 창출로 경주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관광기념품 개발이 시급하다. ▲빈약한 관광정보 및 해설프로그램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개별관광객(FIT)들은 현지 안내체계를 통해 얻게 된 정보에 의존도가 매우높다. 그러므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관광안내소, 안내판, 안내책자(안내지도), 안내원, 관광정보망 등이 전달체계 및 인적체계를 구성하고 있지만 경주는 유 무형의 역사문화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어 어떤지역 보다 안내와 해설이 중요하지만 관광안내체계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경주시 관광안내소는 터미널, 불국사, 경주역 등 3개소이며 각 안내소별로 전문인력 관광안내 통역전문인력 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안내소는 실내공간이 협소하고 배포되는 안내서, 지도, 팜플렛도 절대량이 부족하며, 다양함이나 질적인 수준에서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해 경주시청 홈페이지가 서비스에 들어가 네티즌들에게 경주관광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내용이 빈약하고 지역호텔과 각 단체에서 수시로 개최되는 이벤트 및 답사프로그램 등 최신정보는 찾기 힘들다. 또 경주의 각 단체들과 관광벤처기업들이 다양하고 알찬내용으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상용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홍보부족과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티즌들이 경주관광을 위해 경주시청 홈페이지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경주시청 홈페이지가 인력부족으로 정보 업데이트에 문제가 있다면 경주관광 관련 단체 및 업체들의 배너를 달아주는 방법은 어떨까? ▲대형 이벤트성 행사의 이따른 실패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로는 전반기 `한국의 술과 떡 축제 2000`과 후반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을 꼽을수 있다. 하지만 두 행사가 모두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관광경주의 이미지만 흐렸다는 지적이다. 술과 떡축제는 부족한 기획력, 활개친 잡상인, 부족한 편의시설, 지나친 호객행위 등으로 시민들과 관광객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본지 456호 11면) 또 관광객들도 경주, 포항, 울산을 위시한 근거리 관광객들이 대부분을 차지 경주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새천년의 숨결`이란 주제로 70일간 대장정에 들어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0`역시 기대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편의시설은 많이 보완됐다지만 전 행사장을 둘러보기 위해서 장시간 관람해야하는 관람객들이 쉴수 있는 공간이 여전히 부족했으며 공연·전시행사를 빠짐없이 둘러 볼수 있도록하는 종합안내판이 없어 효과적인 관람을 할 수 없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번 엑스포에는 3백30억원의 예산을 투자, 관람객 2백만과 1백90억원의 수익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정기행사기간과 수험생특별기간 사이에 1주일의 징검다리 공백을 둔다는 당초 계획을 뒤엎고 연속 개장하는 등 목표 달성에 혈안이 됐지만 결국 1백75만명 유치에 1백41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그쳤다. `문화행사를 돈으로 따지지말라`라는 말을 두고 갑론을박하지만 경주시민들은 엑스포로 인해 경주관광이 활성화 되고 나아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앞서 지적한 것 외에도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배타성, 관광지 주변의 끊이지 않는 바가지 영업, 경주시의 열악한 재정과 관심부족, 지역내 협력적 네트워크 부재, 마케팅 및 개발전략 부재 등 관광경주의 발목을 틀어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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