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기수양지(氣水陽地)다. 공기와 물, 그리고 햇빛과 땅, 이 네 개는 신이, 즉 자연이 준 절대적인 선물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 그리고 수많은 미생물 까지도 그 생의 기반에는 기수양지가 절대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수화풍의 사대 또한 꼭 같은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사람들은 생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부터 말하게 된다. 그 첫째가 기 또는 풍인데 이는 공기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공기가 없으면 숨을 쉬지 못해 살 수가 없다. 사람이 오분 정도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아사되고 십분이 지나면 생명이 끊어진다고 하니 공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 할 수 있다. 공기 중에는 많은 원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동물은 산소, 식물은 탄산가스가 요구된다.
동물, 특히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산소는 그 용존량에 따라 독이 되는 양과 약이 되는 양이 있다. 공기 중의 용존산소량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하며 일반적으로 18%에서 22%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18%이하부터는 적으면 적을수록 독이 심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 22%이상의 용존산소이면 많으면 많을수록 약이 된다고 한다. 깊은 산속에서는 불치의 병도 고칠 수 있다고 하니 맑은 공기는 천하에 명약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공기의 정화를 생각해보자. 이는 나무밖에 적임자가 없다. 경주에서 황성숲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주 시내를 쾌적한 도시로 만들려면 더 많은 숲을 조성해야 한다. 쾌적한 공기 속을 내달리며 경주에서 자란 우리들은 쾌적한 경주를 잊지 못하고 있다.
생의 영위가 둘째로 요구되는 것은 물이다. 물은 일주일만 마시지 못하면 아사하고, 십일이 넘으면 생명이 끊어진다고 한다. 물에는 1급수 2급수 3급수가 있으며 물의 정화 역시 흙과 나무이다. 황성숲은 공기도 정화할 뿐더러 물도 정화한다. 경주의 남천내, 북천내, 서천내가 맑게 흐를 때 도시의 쾌적성이 가름된다.
세번째의 생의 요구 조건은 햇빛이다. 햇빛은 동식물에 있어서는 절대적 존재이다. 사람들의 거주지는 촌락이며 가옥이다. 경주는 동으로 울산방면, 서로 영천방면, 남으로 언양방면, 북으로 포항방면으로 길이 뚫어져 있다. 특히 한겨울의 북서풍이 대단히 심한 도시이다. 경주는 명당의 땅이라 하나 북풍을 막아주는 배산이 부족하다. 황성숲은 경주란 명당에 허(虛)의 보(補)이다. 북풍을 막아 주는 숲이기에 매우 중요하며 더 무성하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간 삶의 요소는 땅이다. 황성숲에는 나무가 있고, 운동장, 놀이시설 휴식장소로 경주시민이 숨을 쉬는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요소들을 잊고 산다. 황성숲의 역할은 너무도 막대하나 그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더 쾌적한 도시가 되려면 황성숲은 10배, 20배 아니 그 이상 키워야 한다. 역사의 도시 일본 교토만 가더라도 도시속의 숲은 넓기도 하거니와 참으로 잘 가꾸어져 있다. 숲은 인간을 순화하고 자연을 보존한다.
박 운 용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측량학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