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저녁 안압지 야외상설공연장에서 열린 ‘천년의 소리 만파식적’은 참으로 감동적인 특별한 공연이었다.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공연을 시작할 무렵 제법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 공연을 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였다. 비 내리는 날 야외공연은 참 난감하고 어려움이 많다. 아예 공연장을 찾지 않은 시민들이 많았고, 따라서 평소보다 관객이 현격히 줄었다. 안압지에 설치된 무대의 지붕이 좁아 출연자들이 비를 맞고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국악공연은 나무로 제작된 현악기의 비중이 높아 비를 맞으면 치명적이다. 출연진의 의상도 모두 한복이라 공연하기에 무리가 많았다. 그러나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출연진과 관객 모두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끝까지 질서정연하게 공연에 임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가야금이 비에 젖고, 옷과 소품이 물에 젖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를 흠씬 맞으면서도 아름다운 춤사위를 보여준 춤꾼 임이조 선생과 기꺼이 비를 맞으며 열창한 오정해 씨의 아름다운 선율이 피날레를 장식했고, 비 젖은 무대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관객들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같이 박수치고 어깨춤을 추면서 같이 뜨거워져 갔다. 참으로 진지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더 큰 감동은 공연이 끝난 다음에 일어났다. 비가 쏟아지는데도 관객들이 스스로 의자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줍고, 행사장을 순식간에 말끔하게 치웠다. 출연자와 관객이 다 함께 만들어낸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비 젖은 안압지가 참 아름다웠다. 경주시민이란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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