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구름 이는 백운대에서 내남 노곡을 거쳐 기린내로 흐르는 별내라는 고운 이름 시내가 있다. 왜 별내라 했을까. 제법 경주에 밝은이에게서 별이 비치는 시내라서 그렇게 부를 것이란 설명을 귀동냥한 적 있다. 이 분들의 여러 글에도 그런 표현을 하고 있다. 한자 표기가 성천(星川)이니 그럴싸하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그래서 별내일까. 벼랑이란 우리말을 뜯어보자. 벼랑이란 별과 낭이 합해진 말이다. 그럼 여기서 별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고려시대 노래인 동동에 “6월 보름에 별헤 ㅂ룐 빗 다호라”는 가사가 나온다. 별은 절벽보다 덜 가파른 비탈 지형을 가리킨다. 그럼 낭은 무엇을 가리킬까. 조선시대 편찬한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 “ㅈ식을 업고 낭의 떨어져 죽으니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낭은 절벽을 뜻한다. 별과 낭이 합쳐져 벼랑이 된 것이다.
별은 시내이름이나 고개 이름에 주로 쓰였다는 것이 학자들 견해다. 별내는 경주에만 있는 게 아니고, 경기도 남양주에도 있고, 강원도 통천에는 별재라는 고개도 있다. 남산에서 유일에게 폭포라고 이름 붙일만한 곳도 별내 상류에 있으니 국어학적으로 비탈진 시내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고, 별이 비치는 시내라서 별내란 이름 붙였다는 설명은 일제가 우리말을 한자로 고쳐 적을 때 임의적으로 붙인 성천에서 유추해낸 낭만적인 레토릭 아닐까 한다.
별 안 비치는 시내 어디 있으리. 하긴 우리 어른들이 썼던 고운 말이 이렇게 왜곡되는 게 어디 별내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