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가을들녘이 되어가고 있다. 채마밭은 새파랗게 단장을 마쳤고, 곡식들은 황금색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지금쯤 소여물위에 설익은 풋콩 몇 자루 꺾어다 얹어 군불 지피면 매운 연기와 구수한 내음이 온 동네에 진동하겠다. 세월이 변해도 농촌의 그 아련한 그리움은 변하지 않는다. 허리가 휘도록 농사지어 아들 딸 교육에 매달렸던 어머니의 품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미 달라지고 있는 농촌여성의 이미지 현재 농촌은 논농사 위주에서 점차 원예작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또 전문화·규모화되고 있는 농업경영은 물론 정보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전자상거래·사이버마켓 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여성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어 남성과 동등한 생산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작년 연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이 개정됨에 따라 여성농업인들의 직업적 지위 인정과 권익 향상 등으로 추후 여성농업인들의 역할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적으로 여성능력개발교육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주시농업기술센터도 지역의 농촌여성조직체 회원, 여성농업인, 교육희망여성 등을 대상으로 전문능력 함양을 위한 장·단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자원팀에서 자율적으로 추진 중인 이 교육은 다양한 역할 확대와 농촌생활에서 요구되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능력 있는 여성농업인을 육성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또 농업, 생활기술 및 정보화기술을 연계한 농업지식 기반 확충과 여성농업인으로서 갖춰야할 신지식, 기술, 정보 등을 지원하며, 농촌의 노령화에 따른 여성의 역할 증대에 부응한 새로운 농업 동향과 첨단기술 보급에 따른 교육을 시행한다. 어떤 교육을 하고 있나? 농업기술센터 특성에 맞고 타 기관과 중복되지 않는 교육과정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취미 위주의 일회성 교육은 중단하고 교육수요 조사시 여성농업인을 우선적으로 신청 받으며 수요조사결과 희망인원이 70% 이하 과정은 폐강한다. 20개 과정에 연 108회 3천80명이 참여하는 5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첫째 전통생활기술분야는 총 35회 참여인원 880명으로 전통생활기술 계승 발전을 위한 규방공예, 자연염색, 전통문화 전수교육을 한다. 둘째 농산물이용분야로 총 28회 700명이 참여하며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 및 저장음식, 밥 식혜와 시금장 등 향토 음식의 조리기술을 교육한다. 셋째 도농교류분야는 360명이 참여할 수 있으며 딸기, 매실, 포도, 고사리, 사과, 버찌, 복분자, 파프리카, 감자 등 우리농산물 생산정보 제공 및 수확체험, 직거래 알선을 한다. 넷째 생활개선회 연 6회 순회교육을 한다. 감포, 양남, 내남, 중앙, 불국, 남부 등 지회 실정에 맞는 생활기술과제를 선택, 이론 및 실기 실습 교육을 한다. 다섯째 생활기술 현지교육은 연 30회 계획하고 희망 생활개선회 3개소를 선정해 농촌여성 지도자의 능력배양을 위한 의식 함양, 새로운 생활 및 영농기술 등 지역실정에 맞는 과제별 전문기술교육을 한다. 농기센터 권연남 계장은 “회원들이 교육을 원하지만 생계와 연관된 농사일 때문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현지 순회교육은 시설이 필요한 과정이 많아 다양한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사)경주시생활개선회 시내권 7개 동과 12개 읍면 단위를 포함해 19개 지회가 있다. 생활개선회는 농촌가정을 건전하게 육성하며 농촌지역 발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밝은 지역사회를 만들고, 농촌 여성의 지위 및 권익을 향상시켜 농촌을 지켜나갈 여성 후계세대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1천50명의 회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인 수련대회를 2년에 한번 개최하고 희망하는 지회별로 15명 이상이 참가한 장기자랑과 단체게임 등 한마음 화합의 자리를 마련한다. 지난 5일 외동읍민회관에서 열린 수련대회에서는 1읍면 1특작물 퍼포먼스가 대회의 꽃이었다. 지난 2006년에는 월성원자력공원에서 감포, 양남, 양북 지역 회원들이 함께 댄스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또 타 시군의 선진 농촌으로 연 1회 현지 연찬도 시행하고 있다. 60세 이전의 여성농업인이면 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는 농업경영인 가족이 5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며, 40대 말부터 50대 중반까지가 주 연령층으로 농촌의 다른 단체보다 연령이 낮은 편이다. 주요 활동 내용은 농촌생활개선사업 선도 실천, 농촌 소득 향상을 위한 농촌여성 일감갖기 사업, 농촌환경 가꾸기 및 보존활동, 농촌과 도시회원간의 교류, 회원 능력 배양을 위한 생활과학기술교육 참여, 매년 쌀, 김장김치, 생필품 등 불우이웃돕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도 ‘커리어우먼’ 교육 후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차기교육에 반영한다. 추진과정의 능률성이나 교육성과, 문제점을 보완하고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등 교육 계획, 실행, 완료의 전 단계를 평가한다. 여성농업인도 전문직으로서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프로정신이 필요하다. 농업, 농촌을 지켜갈 주도적인 주체인력으로서 정보마인드 및 농업전문기술 향상은 물론 품목별 연구모임 운영으로 전문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농기센터에서 교육 받아 실생활에 활용하거나 부업을 하기도 한다. 그 회원들이 만든 우리음식연구회와 전통문화연구회에서는 ‘경주 내림 손맛-종가집 음식’ 책을 펴냈고 규방공예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또 꽃두레 풍물패도 각종 행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농촌의 여성은 그야말로 소중하다. 흙을 의지해 살아감은 쉽지 않고, 농촌으로 시집가겠다는 여성이 많지 않는 이유도 있다. 또 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는 외국계 농촌 주부들도 소중히 해야 할 부분이다. 그들이 한국의 영농을 배우고 익혀 세대를 물려줄 것이며 할머니와 어머니가 밟아온 땅을 지켜나갈 여성농업인임을 우리가 먼저 인정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옛날 농촌 생각하면 어림없는 일이다. ‘여자가 아침 댓바람에 나다니는 것’조차 안좋아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그림자였던 어머니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들녘에 서면 구리 빛의 어머니, 높아진 가을하늘에 그리움으로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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