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자세 놀라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사준비 착착
【나라시에서 3일간의 취재기】
일본 나라현 나라시가 ‘일본이 시작된 곳 나라’를 슬로건으로 ‘2010년 헤이조(平城) 천도 1300년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자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이 행사를 준비하는 것보다 한발 빠른 점을 찾을 수 있었다.
행사를 500일 앞두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장기간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지자체는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그 끝을 2010년에 맞추고 이를 바탕으로 나라시를 일본 역사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문이었다.
◆차분한 나라시, 자원 활용에 나서다=‘2010년 헤이조(平城) 천도 1300년제’는 기념사업회가 구성돼 추진되고 있지만 나라현과 나라시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나라현의 현청이 있는 나라시는 고도 경주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차분한 도시다. 그리고 인근에 교토와 오사카 등 대도시가 있어 경제권이 유출되는 측면에서 경주시와 같은 처지에 있는 것 같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 및 상업, 쇼핑도시 오사카와 수많은 문화유적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교토(京都)를 극복하기 위해 나라시가 선택한 것은 고대 일본의 도읍지라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신문화의 출발이라는 타이틀로 접근하면서 자원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천년 왕조가 융성했던 경주가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나라시는 헤이조(平城) 천도 1300년이 되는 2010년을 기획하고 세계문화유산인 헤이조궁 유적을 발굴 복원하고 헤이조궁(平城宮)과 다이고쿠텐(大極殿)을 행사에 맞추어 복원해 과거의 유물을 현재에 조명하고 미래 자원으로 삼는데 매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나라시에서 인상 깊었던 곳=나라시를 다녀온 경주시 관계자들이나 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은 나라공원에 뛰어다니는 사슴무리들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현재 나라공원에는 1천200마리의 사슴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다소 사나운듯 하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도다이지(東大寺)는 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 대불전과 청동 불상인 대불로 유명한 곳이다. 두 차례의 화재로 대부분 소실된 적이 있으며 지금의 도다이지는 1692년에 재건된 것이다.
건물 높이만 47.5m에 이르는 도다이지 대불전 입구인 `난다이몬` 은 중국 송나라의 양식을 도입한 것이고, 좌우에 세워진 금강역사상은 1203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건물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대불은 앉은키가 14.98m라고 한다.
현재 나라시의 문화유적은 대부분 불교문화재와 이후 사찰과 공존하고 있는 신궁이 대부분이다. 역사문화도시 경주가 문화재보호를 위해 고도제한을 하고 있듯이 현청 전망대에서 본 나라시도 이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전통 가옥과 사찰, 그리고 상업지역의 스카이라인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어 차분한 고도의 이미지를 자아냈다.
가마쿠라시대(13세기)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사이다이지절의 오차모리(大茶盛) 체험은 지름 30cm, 무게 4kg이상이나 되는 커다란 차 그릇에 차를 담아 찻잔을 돌려가면서 마시는 것으로 의식만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일본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청주 제조사인 키타슈조는 나라시 일대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쌀로 숙성해 술을 빚어왔으며 대대로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
기자는 주인에게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를 알고 있는지 초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으나 행사를 알고는 있었으나 술을 갖고 참여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나라시와 경주시의 교류에서=경주시와 나라시와의 자매결연은 1970년도에 이뤄졌다. 경주가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라면 나라시는 고대 일본의 도읍지였다는 것. 불교문화관광도시라는 점에서 양 도시가 일맥상통하고 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 기자가 초청된 것도 경주시와 나라시와의 오랜 교류에서 비롯됐으며 나라시는 경주시민들이 자신들과의 우의를 표한 것으로 보여진다.
8월 18일 호텔 닛코나라에서 열린 사업설명회 이후 가진 교류회에서 한 체육인은 한국말을 곧잘 했다. 그리고 경주시체육회 관계자와 친분이 있다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독도영유권문제 등 한일갈등이 양국 간에 꼬리표처럼 붙어 있지만 민간 차원의 문화체육교류, 그리고 사회단체의 교류는 양국 간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경주시민들에게 나라시는 익숙하다. 이미 중국 시안시와 3개 자매도시 체육대회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경주에 술과 떡 잔치나 신라문화제 등 각종 행사가 열릴 때마다 경주시 초청으로 나라시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 도시의 교류에 각별한 역할을 한 시장과 의회 의장 등을 명예시민으로 위촉하고 우의를 다지고 있다.
◆평가를 원하는 나라시 공무원들=이번 나라시 방문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기자단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나라현과 나라시 공무원들 때문에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우리가 나라시에 머문 시간은 약 48시간, 무려 20여곳의 문화유적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기자단을 책임진 공무원들은 전통음식을 먹을 때나 행사 준비 설명회, 특산물 판매, 숙박업소 등 가는 곳마다 기자들에게 소감을 묻고 주위 깊게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라현과 나라시가 500여일을 남겨 놓은 ‘2010년 헤이조(平城) 천도 1300년제’를 준비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담당자들의 자세에서 익히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