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보건소가 포장도 뜯지 않은 멀쩡한 새 주사기를 무더기로 폐기처분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거듭되는 지역경제의 어려움속에 시민들은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절감하고 긴축을 솔선해야할 기관에서 시민의 혈세로 구매한 소중한 물품을 임의 폐기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주사기는 일반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분류되어 그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별도로 예산에 편성되어 있는 상황인데 그것도 사용하지도 않은 주사기를 일반폐기물과 함께 버렸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관내 병·의원에서 자행될지도 모를 불법폐기물처리를 막아야할 책임을 지닌 시 보건소가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어찌 이 지역의 의료행정이 바로 되기를 바라겠는가? 액수로 치면 비록 작은 금액에 불과하지만 주사기를 마구 폐기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 고가 의료장비는 제대로 소중히 다룰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일반에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멀쩡한 주사기를 임의로 폐기처분한 배경에는 더 큰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음모는 없었는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감독기관은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하여 담당 공무원이 사용하지도 않은 새 주사기를 왜 폐기처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에 세금이 새어나가는 또 다른 구멍은 없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엑스포부지매입 등으로 경주시 부채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예산의 낭비가 시민감정에 아주 예민할 수밖에 없다. 작은 들쥐 구멍이 거대한 댐을 무너뜨린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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