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자수는 미적으로 뛰어난 조형감각을 지닌 섬유예술이다. 자수를 수예(手藝)라고도 하는데 이는 우리의 자수를 단순한 손재주정도의 공예품으로 폄하한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일제시대 서양의 자수가 들어오고 일본식수예가 여학교에서 가정시간에 교습된 이후 우리의 자수도 한 대 수예로 전락한 시기가 있었다. 산업화시대가 되면서 가정에서 정서적으로 만들어지던 자수는 바쁜 현대생활속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오직 전문자수가들 만이 제작하게 되는 공예분야가 되었다. 조선시대의 자수는 여인들의 기초교양으로 서예, 문인화와 같이 규수들이 익혀야할 미술분야에 속하는 기본적인 미학의 차원에 있었다. 색실의 선택과 바탕천의 조화 그리고 본그림을 선택하여 천에 옮기는 작업이 꼭 지금 유행하고 있는 한국민화제작과 흡사하다. 어떻게 보면 자수는 실로 그린 민화라고도 할 만하다. 실제로 사임당 신씨의 초충도는 민화로도 우수한 작품이지만 원래는 수본그림으로 그려졌을 가능성도 다분하며 이러한 그림들은 자수로 많이 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수는 색실의 예술이다. 실의 선이 겹겹으로 이루어져 색면을 만들고 면과 면의 색깔조화가 화면을 구성하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든다. 실은 또한 방향에 따라 묘한 빛깔을 발산한다. 그냥 색면이 아니라 광채가 나는 입체적 효과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자수의 내용에 있어서 그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전래적인 작품으로는 종교적인 것과 의식용 복식자수 생활용구에 장식되는 자수등이며 유달리 가정생활속에 장식으로 제작되는 병풍, 가리개등은 특별히 민중의 꿈과 이상을 담고 있다. 각종 새와 꽃나무, 바위같은 소재를 꼰실로 효과를 내며 평수로 공단위에 화려하게 구성한다. 백년해락의 부부애를 상징하는 화조도, 해, 달, 거북, 학, 소나무같은 장생의 상징, 용맹성과 위세를 보여 주고 잡귀를 물리친다는 속신이 있는 호렵도 같은 풍속도 많이 제작된다. 대부분의 생활 전통자수들은 소모품으로 취급되어 그 유품들이 상당히 귀한 편이다. 그나마 소품들은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원형의 아름다움은 많이 훼손되었고 가리개나 병풍같은 감상요의 작품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제기 조선예술의 아름다음을 극찬한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는 이렇게 말했다. “선의 아름다움은 실로 사랑에 굶주린 그를 마음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아름답고 길게길게 여운을 남기는 조선의 선은 진실로 끊이지 않고 호소하는 마음 자체이다. 그들의 원한도, 그들의 기도도, 그들의 요구도, 그들의 눈물도 그 선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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