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나 노인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서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일반인들에게 맞춰 설치해 놓은 세면대 위의 거울일 것이다.
시골의 어르신들이 액자나 거울을 비스듬히 걸어 놓은 것을 보고 착안해 각도 거울을 개발했다는 이동훈씨(시각 장애인·장애인 기업 ‘예인’ 운영).
이씨는 어릴 적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지만 특허만 40개를 가지고 있는 ‘호기심 천국’ 인생이다.
이씨가 특허를 낸 ‘각도거울’은 거울이 앞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과 어린이들의 눈높이도 맞추어 설계된 제품으로 모두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제작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성한 이씨의 각도 거울은 아직 보급단계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인천지하철공사에서는 벌써 각도거울을 설치했으며 경주에는 중증장애인센터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많이 찾는 경주시청에는 아직 각도거울을 찾아 볼 수 없다.
현행법에는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편익증진을 위해 각도거울을 설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강제성 여부가 모호하고 의견여부에 따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 때문에 각 기관마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정치인들이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는 것이 원칙인데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의가 오는 기관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 하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지만 이씨의 삶은 일반인들보다 더 많이 더 멀리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다.
이씨는 각도거울과 액자를 생산하는 ‘예인’(경주시 건천읍 금척리 소재, 751-4440)을 운영하면서 앞으로 오로지 장애인들을 위한 기업을 만드는 꿈을 이뤄가고 있다.
이씨는 “장애인 기업도 홀로 설 수 있고 큰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며 “각도거울과 액자를 만드는 작업은 상반신만 움직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끌어 가는 장애인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환원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