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은 조상님 묘소에 벌초하는 달이다. 벌초란 국어사전에 보면 ‘봄과 가을에 무덤의 잡초를 베어서 깨끗이 함’이라고 쓰여 있다. 처음에는 봄과 가을에 실시했는데, 지금은 가을이 시작되는 7월에 실시하도록 전해오는 우리나라 전통의식 중의 하나이다. 이때에는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와 땅에 찬기운이 솟는다는 처서가 끼여 있어, 한여름의 뜨겁던 볕살과 땅의 열기가 어디로 가고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으로 가을을 느끼게 하는 달이다. 7월에 벌초를 하면 남아있는 더운 열기로 겨울을 지낼 새잎들을 피워 파릇파릇 하게 자라나고, 추석에 자손들이 성묘를 갔을 때 묘지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으면 그 자손들의 마음이 한결 편안할 뿐더러 숭모의 마음도 한층 더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데 앞으로 벌초하는 예가 없어질 것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왜 그럴까? 하고 반문해 보면, 지금까지의 기성세대들이 자식교육을 잘못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불우했던 환경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는다는 일념 하나로 자식편이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다보니 우리 전통의 미풍양속은 현실에 맞지 않고 걸리적거리는 쓸데없는 일로 치부되어 버렸다.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변해서 세상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자기는 싫어하고 행(行)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나 아랫사람에게 강요 한다고 해서 그 일이 행해지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솔선하여야만 아랫사람들이 따라오게 되며, 훗날 스스로 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원망하고 다음 세상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앞장서서 행하면 저절로 그 뒤를 따라 행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너나없이 등산하기를 좋아하고 등산모임이 많이 형성되어 있음을 본다. 아마도 오염된 생활 속에서 찌들은 정서를 청정한 산에서 맑게 씻어 보려고 산을 오르는 것일 것이다. 등산의 대상은 주변의 산으로 시작하여 자신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산을 찾아 하루 또는 몇 날씩 전신의 힘과 열을 다해 오른다고 한다. 이렇게 오르는 등산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벌초를 즐겁게 할 수가 있다. 인연 없는 산이 아니라 조상의 얼이 있는 선산(先山)에 올라 조상의 묘소를 돌보는 등산을 한다면 정말로 유익하고 뜻있는 등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그렇지 않으면 한 방법으로는 집안 사람들 모두가 함께 산소에 모여 벌초를 하는 방법이다. 옛날에는 남자들만이 선산 벌초를 했지만, 앞으로는 가족단위 또는 친 인척 단위로 함께 야유회 가듯이 선산에 모여 산소를 가꾼다면 후손에게 숭모사상과 가족 화목에 대한 마음가짐을 고양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하였던 어른들의 솔선 없이는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며칠 남지 않은 벌초 기간에 미처 하지 못한 산소의 벌초는 등산이나 야유회를 가듯이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으면 한다. 조상에 대한 숭모 정신이 후세 사람들에게도 길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벌초의 중요성들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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